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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를 범인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강변3로 여인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죽은 정인숙양(26)의 오빠 정종욱씨(34) 를 범인으로 단정, 살인혐의로 입건했다. 20일 상오 1시45분께부터「세브란스」339호실에서 철야 임상신문을 계속한 경찰은 종욱씨가 범행했다는 사실만은 자백 받았으나 범행경위·동기·권총출처등에 대해선 그가 끝내 함구하거나 횡설수설하는 통에 물증없는 수사의 난관에 부딪쳤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앞으로의 수사는 유일한 물증인 권총의 행방을 찾는데 그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19일 하오 오빠 종욱씨의 양복상의 오른쪽 소매와 장갑·남방「샤스」소매·운전석「시트」에서 권총을쏜 흔적인 화학분말이 검출되고 그 농도가 오른쪽 소매끝 부분이 가장 짙어 다른 사람이 총을쏜 경우와는 틀린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 통보에 따라 종욱씨를 진범으로 단정, 일부 자백을 받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종욱씨에 대한 철야신문을 마포경찰서 형사과장 성락희경감, 형사3계장 최정현 경위등 모두 7명의 수사반이 맡아 집중적으로 벌이기 시작, 새벽 2시20분께 범행했다는 사실자체를 자백받고 계속 범행경위·동기·권총출처를 따졌으나 새벽 2시40분께부터『머리가 아프다』『기억이 안난다』『모르겠다』고 말하거나 횡설수설 또는 중요대목에서 함구하는 통에 밤새 승강이를 벌였을 뿐 결정적인 범행전모에 대한 자백은 받지 못하고 20일 상오 9시5분 일단 임상신문을 중지했다.
20일 상오 수사지휘를 해온 마포경찰서장 이거락 총경은 이같은 수사과정을 밝히고『오빠 정종욱이 진범이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나 권총등 물증이 없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일 상오부터 전수사요원을 물증수집에 동원, 사건발생이 신고된 현장과 당인리 발전소 앞·한강등 세군데를 범행장소로 추정하고 수색과 잠수부를 동원하여 수중탐색에 나섰다.
경찰은 그 동안의 수사결과 종욱씨가 군복무중 모 특수기관 고위간부 차량운전병으로 지낸 사실을 캐내고 그때 권총에 대한 지식습득과 아울러 권총을 입수, 범행때까지 보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화직 서울시경 형사과장은『이번 사건의 배후는 전혀없는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얻을수 있는 결론은 ①종욱씨가 여동생 인숙양의 평소 행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가 죽일 기회를 보아온 점 ②여동생이 대한「콤플렉스」에서 빚어진 살인 ③5백만원이상을 가진 인숙양의 재산을 탐낸 범행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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