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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화한 가정의례준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정의례준칙을 제정 선포한지도 어언 5일로써 1주년이 되었다. 허례허식과 낭비를 없애기 위해 중지를 모아 제정공포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 이나 [준칙] 도 그것이 강제성이 없기에 어느정도의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는 처음부터 의심이었다 할 것이다. 가정의례준칙의 실천을 맡은 보사부는 가정의례준칙선포 1주년을 맞아 이에 위반한 국영기업체와 학교등에 경고를 내고 실천에 앞장선 몇 사람을 표창하리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보사부의 이와같은 소극적인 계몽과 경고표창만으로써 그 조속한 실천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사부는 서울의 57개 예식장에서 작년8월 한달동안에 거행된 5백17건의 혼례중, 절반정도만이 준칙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공무원의 약혼식 금지, 청첩장 접수사절, 주례거부등 관공서를 중심으로 한 계몽운동을 펴기로 했다. 또 보사부는 단체이름으로 신문광고를낸 38개의 국경기업체와 학교등에 경고장을 내고 전국 3백90개 예식장과 1백60개 장의사에 가정의례준칙내용별 실천사항을 배부했다고도 한다.
가정의례준칙에 따르면 약혼식이나 약혼잔치는 하지 않기로 되어 있고, 청첩장은 내지 않기로 되어 있으며, 혼례식은 가정에서 하도록 하고, 혼인답례품과 피로연을 폐지하게 되어있다. 상례에 있어서도 관서 및 일반직장 명의의 부고는 하지 않기로 되어 있고, 상가에서의 음식접대는 하지 않으며 조화는 보내지 않고 장지는 공동묘지로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사도 3대까지만 모시도록 되어 있다.
보사부의 통계는 절반정도가 이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우리가 겪는 경험에의하면, 그 10분의1도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식장서의 혼례식자체가가정의례준칙에 위반되는 것이요, 서울의 예식장에서 거행되는 혼례치고 청첩장을 내지 않는 곳이 거의 없고, 혼인답례품이 없는식이 거의 없으며, 모모한 사람의 부고에는 일반직장명과 관서명 연서로된 광고가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으며 조화와 음식접대도 끊길줄 모르며,최근에는 일부층에서 왕릉보다 큰 사설묘지를 건축하는 해괴한 풍조가 유행처럼 돼 가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가정의례준칙이 공포된 직후에는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었던 것도 같으나 현재는 도로아미타불이된 느낌이 있으며 호화판 고급주택건설과 함께 사후주택이라고 인정되는 호화묘지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심한 실정인 것이다.
가정의례준칙을 권장보급하기 위하여 보사부는 가정의례준칙 실천추진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그들은 책자를 내고 배부한 이외에 얼마만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잘 모르겠으며 얼마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조차 잘 알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가정에서 행하는 의례의 번잡한 의식절차를 개선하여 국민생활의 합리화를 기하며, 미풍양속의 순화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과 준칙의 정신을 살리려면 고급공무원을 비롯한 각계지도층 인사부터 보다 철저한 실천을 이행하는 시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3월5일 대통령도 가정의례준칙선포에 즈음하여『온 국민은 새로운 의례준칙의 내용과 정신을 올바로 이해하여 자발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번잡한 의례에 따른 고루한 풍조와 낭비를 시정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특히 국민의 지도층에 있는 여러분이 솔선수범하여 이 준칙이 철저하게 실천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의 지도층에 있는 고급공무원 국영기업체 직원만이라도 솔선수범하여 이를 실천하는 경우에, 그 파급효과는 클 것인즉 정부는 공무원과 지도층에 있는 사람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조처하여야 할 것이요, 보사부는 보다 강력하게 의례준칙의 계몽과 권장을 하여 온국민이 가정의례준칙을 조속한 시일안에 실천하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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