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멋쟁이들, K패션 그 참신함에 꽂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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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인터메조 컬렉션’ K패션 프로젝트 패션쇼에서 이번 쇼를 총괄한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가운데)가 모델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필드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에서 의상을 담당한 뉴욕 패션계 대모다. [사진 패션협회]
조앤 모어

“한국 패션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전 세계 700개 브랜드와 8000여 명의 바이어가 참가하는 뉴욕 최대 캐주얼패션 박람회인 ‘인터메조 컬렉션’. 4~6일(현지시간) 맨해튼 한복판 재비츠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주관기획사 ENK의 조앤 모어 총괄 부사장은 화끈하게 말했다. 올해 인터메조 컬렉션엔 한국 브랜드가 ‘K패션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공동 패션쇼를 열었다. 입점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인터메조 컬렉션에 한국 브랜드 다섯 개가 한꺼번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생 한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그가 한국 브랜드에 꽂힌 건 지난해 5월이었다. ENK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 패션 박람회 ‘코터리’에 참가한 7개 한국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을 보고나서다. 모어는 “뉴욕에선 볼 수 없었던 참신하고 독창적인 피팅에 확 끌렸다”고 말했다.

바이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때마침 국내 패션브랜드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온 산업통상자원부와 패션협회가 이 소식을 접했다. 뉴욕 패션계에 발이 넓은 한글로벌 한영아 대표를 통해서다.

 한 대표는 곧바로 모어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모어는 “서울이 그렇게 멋진 도시인지 몰랐다”며 “패션브랜드도 품질·디자인·개발력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추려온 20여 개 브랜드 중에서 직접 네 곳을 골랐다. 청바지 업체 ‘버커루’, 캐주얼·청바지 업체인 ‘UGIZ’, 캐주얼 의류업체 ‘컬처콜’, 여성 캐주얼 업체 ‘제시’였다. 여기에 아쿠아 신발 전문업체 ‘엑토스 스킨 슈즈’가 구두를 협찬했다.

 인터메조 컬렉션에서 K패션 프로젝트란 이름의 패션쇼를 열기로 하자 뉴욕 패션계의 대모 패트리샤 필드도 의기투합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그는 한류 매니아다. 필드는 네 개 브랜드의 데님 패션을 뉴욕 취향에 맞게 버무려냈다. 5일 K패션 프로젝트 매장 앞엔 그가 스타일링한 모델과 의상을 보려는 1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즉석에서 바이어 상담도 이뤄졌다. 뉴욕 편집매장 포라비에서 나온 바이어 레이첼 요크는 “우린 늘 새로운 디자인에 목말라 있다”며 “피팅과 스타일이 독창적”이라고 설명했다. 모어는 “오는 9월 1400개 브랜드가 참가하는 패션 박람회 코터리에는 한국 브랜드를 30개 초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업체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체형 차이를 재단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모어는 “팔다리가 긴 서구인의 체형에 맞춰 독창적인 피팅을 살리면 뉴욕시장에 얼마든지 먹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내심도 주문했다. 모어는 “미국 바이어들은 한번 주문을 주기 시작하면 5년, 10년씩 거래하기를 원한다”며 “그런 만큼 장기적으로 주문을 댈 수 있는 자금력과 생산설비·개발력을 갖췄는지 꼼꼼히 따져본다”고 말했다. 패션 박람회도 일회성으로 참가하지 말고 3년 이상 끈기 있게 실력을 보여줘야 바이어의 신뢰를 얻는다는 얘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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