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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싸움이 몰고온 「브라질」의 불협화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60년대 초기부터 활발해진 한국인의 남미이민 「붐」은 「파라구아이」와 「볼리비아」로 건너간 농업이민이 실패한데 뒤이어 이번에는 그 여파가 이웃나라 「브라질」에 까지 번져 말썽이 되고 있다. 현재 「브라질」에는 4천 여명으로 추산 (미등록 교포가 대부분 이어서 정부에서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치 못하고 있다)되는 한국 이민이 정착해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나 김홍기(39)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의 교포들 때문에 교민들과 현지 대사관간의 마찰은 오래 전부터 요란하고 현지 대사는 이들 일부교포들로부터 배척을 받기까지 했다. 중남미 이민실태와 물의을 일으킨 「브라질」교포사회의 사정에 대해 마침 중남미지역 공관장 희의에 참석키 위해 일시 귀국한 장창국 주 「브라질」대사로부터 들어본다.
지난 1월 15일 1백 30명의 한국이민을 태운 전세 「제트」여객기가 「브라질」 의 「상파울로」 공항에 내리자 느닷없이, 현지 군 수사기관원들이 들이닥쳐 몸수색은 물론 가지고 간 물건들을 모조리 뒤진 후 김 한 톳까지 압수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이 비행기 속에 「브라질」전복하려는 반란분자들이 무기를 반입해온다』는 허위정보를 김홍기씨가 「브라질」 군 수사 기관에 제공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임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일은 「브라질」정부의 사과와 함께 무사히 일단락 됐으나 말썽의 발단은 이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파라구아이」와 「볼리비아」에 건너갔던 한국 농업이민들은 정착에 실패하여 63년 「브라질」로 불법 입국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불법 이주자들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신분도 불안정하여 당시 박동진대사는 「브라질」 외무성과 교섭, 3백 50여명에게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말썽의 장본인인 김홍기라는 사람이 나타나 불법 입국자들을 등에 업고 교포사회의 주도권을 잡아 교민회장자리에 앉았다. 「볼리비아」에서 불법 입국한 사람의 하나인 김씨는 다른 불법 입국자들에게 『내가 「브라질」정부와 교섭하여 여러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한국대사관이 방해를 하고있다』고 선동하고는 금품을 받고 허위서류를 만들어 체류자격을 얻어주는 등 자기 나름의 영사업무까지 해 왔다는 것.
유창한 「포르트갈」말로 1백여명의 추종자까지 거느리고 있는 김씨는 67년 「브라질」에 귀화한 이중 국적자이며 이민을 가기 전에는 서울에서 이민수속업무를 다루기도 했고 미군수사기관의 통역노릇도 했다고.
김씨는 지난해 8월 15일에는 80여명의 교포를 2대의 「버스」로 동원, 「리오데자네이로」에 있는 대사관에 몰려와 대사관이 자기를 교민회장으로 인정해줄 것을 강요했고 8월 21일에는 3선 개헌반대 「데모」까지 벌였다는 것.
장창국대사는 『「브라질」정부와 본국정부의 협조로 김씨를 조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이중 국적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우리 정부의 요청과 「브라질」 외무성의 협조로 연방경찰로부터 현재조사를 받고있는 중.
「브라질」 교포사회는 김씨가 회장인 교민회(과격파)와 본래 이민간 사람을 중심으로 한 한국문화협회 (온건파) 및 중도세력으로 구분되는데 숫적으로 열세인 김씨 계열은 「브라질」이 지역적으로 넓고 우리 교포가 많이 살고있는 「상파올로」가 「리오」와 원거리에 있기 때문에 대사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점을 이용, 과격한 행동으로 교민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장 대사는 설명했다.
교포들은 대체로 구슬 「백」·「나일론」제품·학용품 등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는 사람, 철공소·꽃가게·조미료공장 등 여러 직업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브라질」정부는 기술분야에는 문호를 개방하고 있어 조건만 맞으면 별다른 제한이 없으나 고용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이민 진출 전망은 밝은 편이 못되며 돈 없는 사람은 이민가도 살기가 어렵다고.
「브라질」 교포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장 대사는 대사관이 있는 「리오」 와 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있는 「상파울로」 (영사 1명이 출장소를 지키고 있다) 간의 거리가 서울과 부산만큼 떨어져 있어 대사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 국위를 손상시키는 교포들에 대한 규제 조치가 없다는 점, 이중 국적자가 교민회장을 맡고있는 점등을 지적하고 있으나 그밖에 정부의 이민정책의 부실과 교포들의 단결력 부족 등이 지적될 수 있을 것 같다.<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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