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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정치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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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월 15일 노총은 『노동자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정치활동을 할 뜻을 밝혔다. 노총의 정치활동이 새로운 「노동자 정당」의 결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정당과의 제휴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명백치 않았으나 어떤 경우이든 간에 현행 노조법 및 선거법에 정면으로 어긋나며 또 그 「정치활동관」 은 상당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화당은 그 계획의 포기를 종용하면서 금지 법규를 강화키로 했고 신민당은 노조의 어용화를 경계하는 눈치다. 이 문제에 대한 고대 노동문제연구회의 연구 발표회에서 나타난 노조간부와 학계인사들의 의견을 지상 중계한다.

<권익확장 난점허다.압력단체로 남는 편이 유익>김하룡 교수 (고대 법정대)
노조대표가 의회에 진출하려면 그 활동양식은 대략 3가지 「패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노동자정당을 결성하는 경우, 둘째 기존정당과 협조체제를 이룩하여 노조대표 이름으로 공천을 얻는 경우, 세째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반대급부로 의석을 얻는 경우이다. 이중 마지막의 경우는 일종의 압력 단체적 활동을 의미하며 가장 성공한 예를 미국에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노동자 정당은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 (1837년) 이 그 효시이지만 이들이 집권하기까지 무려 86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동안에 이뤄졌던 사회·노동 입법은 노동당 대표들의 활약에 의해 이뤄졌다기보다 보수정당인 자유당의 노력으로 성취된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한국적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노총의 정치활동은 다음 몇 가지의 난점을 안고있다.
첫째 노동자정당이 결성될 경우 자신의 권익확장을 집권의 시기까지 미뤄야한다.
둘째 이미 양당제도가 확립된 이상 새로운 「노동자 정당」은 군소 정당으로 출발해야하며 이것이 양당제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셋째, 공산주의와 사활을 건 투쟁에 응해있는 우리의 현실과 「노동당」의 출현이 국민들의 반공 감각 속에 어떤 식으로 존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현행 노조법, 정당법, 선거법의 개정이라는 난관을 빼고라도 노총의 정치활동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오히려 양당의 대립을 교묘히 이용하는 미국식의 압력단체로 남는 것이 노동자권익옹호에 유리하다고 본다.

<출범시기 이미 성숙. 기업주만의 정치참여 부당>송병오씨(전력노조 교선부장)
노조의 정치활동참여를 「노동자 대표의 의회 진출」과 동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일반정당은 집권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으나 노총의 의도는 노동자들의 생활 유지와 개선을 목적으로 삼고있다.
지난번 노총의 정치활동 선언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조 및 노동쟁의에 관한 임시특례법」이 노총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전격 제정된 데 자극 받은 것이다. 결국 기업주들만이 정치자금 공세 등으로 국회의 입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치참여 없이는 권리옹호의 방법이 없게된 것이다.
노조의 목적과 기능은 노조주의와 계급투쟁주의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채택되는 노조주의도 정치 불관여를 원칙으로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국·서독의 경우는 노동자의 정치 참여가 의회 민주주의의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산업화에 따라 임금 노동자 격증 및 조직화는 움직일 수 없는 추세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의 정치 활동권은 거시적으로 볼 때 자체의 조절기능에 맡겨져야 한다. 이 문제가 올해에 와서 크게 「클로스·업」 된 것은 노동자의 양적 증대가 조직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노동자 정당의 출범시기가 충분히 성숙되었음을 입증한다.

<본연의무 잊을 우려 노조 속에 「여야」 생길 위험도>백재봉 교수(우석대 법경대)
민주국가에서 어느 계층이 자신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대표를 의회에 보내려는 것은 참정권에 의해 보장된 당연한 권리이다.
다만 노총의 정치참여는 이들이 스스로 새 정당을 만든다 거나 혹은 기존정당과 제휴, 지지관계를 맺을 때 『정치의 열풍』 때문에 노조 본연의 임무가 「스포일」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고려되어야한다.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현행 노조법 12조는 그 취지에서 볼 때 자유당 치하에서 대한노총이 보여줬던 「어용기능」을 막자는 데 있다. 말하자면 노조의 정치활동이 노조자체를 유명무실화하지 않을 만큼 그 전통과 기반이 조성될 때까지의 「경과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지금이 바로 「조성된 시기」에 해당하는가에 있다고 본다. 이것의 판단 척도는 노총의 주체·자주·민주성이 어느 정도 확립되었나로 가름할 수 있을 것이나 독일과 영국의 노동 정당사에 비춰 볼 때 지극히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설사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기존 정당의 공천을 얻어 출마하는 편법을 쓴다해도 이것은 정계의 여야를 노조 속에까지 끌어 들여올 위험을 각오해야하는 모험인 것이다. 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각 업종별 노조의 이해 관계가 정치적 열풍 때문에 노총의 분열로 인도될 위험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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