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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태서 몸부림치는 오늘의 소련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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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제경제의 전형이던 소련경제가 그 모순을 인정하고 서구적인 이윤제 생산방식을 도입한지 5년째-. 그러나 공산경제 체제와 자본경제 체제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소련경제는 지금 부진 속에서 진통하고 있다. 66년도부터 채택한 이윤제 생산방식은 각 경제단위의 생산성을 높이는데는 일단 성공하였으나 전체적 정책조화에는 실패하여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소련경제의 부진상은 작년 말에 열린 최고회의에서 부수상 겸 국가계획위원장 「니콜라이 바이바코프」가 "금년(69년)의 곤란한 여러 가지 천후조건이 전체 경제부문의 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쳤고 특히 농업에는 큰 피해를 주어 곡물, 면화, 제유작물 및 서채류가 생산계획 목표에 미달했다"(「이스베스티야」지 12월 17일)고 69년도 소련경제의 실적을 보고한데서도 엿볼수있다.
소련은 지금까지 농업부문의 생산이 부진할 때마다 악천후를 그 원인으로 들고 나왔지만 경제분야 전반에다 천후를 끌어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 과연 나쁜 천후 조건이 주요한 경제발전의 저해 요인이 된 것인가?
우선 69년도 소련경제의 성적을 평할 수 있는 지표부터 들어보면-.
(1)국민소득성장률=현행 5개년 계획의 연평균 성장률 목표는 6.7%∼7.1%였으나 69년은 6%를 기록, 66년 이후 목표를 하회한 유일한 1년이 되었다. 이 성장률은 계획치 6.5%에 미달된 것이며, 따라서 70년도 목표를 6% 낮게 책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②공업생산 성장률=계획목표 7.3%에 실속은 7%로 역시 5개년 계획 이후 계획을 달성 못한 유일한 해가 되었으며, 올해 목표를 6.3%라는 미증유의 저 수준으로 책정하게 했다. 5개년 계획 기간 중 연평균 계획 성장률은 8%∼8.4%.
③공업노동 생산성장률=66년에 5%, 67년에 7%, 68년에 5%, 69년에 4.8%로 69년이 최저수준이었다.
소련은 이윤 유인을 기초로 한 66년의 이른바 「코시긴」경제개혁을 68년까지 끝낼 예정이었는데 69년까지 새 제도로 옮겨간 공업체수는 3만 6천개로 전체의 4분의 3이다.
그러나 신체제로 옮겨간 기업은 공업생산 전체의 83.6%, 이윤총액의 91% 이상을 차지하여 어느 정도 개혁체제가 위력을 발휘하고있음을 나타내 주고있다.
반면에 실질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은 공업 4.8% (계획5.9%) 농업「마이너스」3%, 건설 3% (6.5%), 철도운수 3% (4%)로 모든 부문이 계획에 미달, 소련경제가 내포한 문제점을 제시하고있다.
(4)국민 1인당 실질 소득 증가율=66년의 계획목표 6.5%에 대해 실적 6%로 끝난 이후 69년은 5%로 목표 5.5%에 또 다시 미달되었으며, 70년은 목표를 부득이 최저수준인 5%로 잡았다.
특히 소련은「개스」·철강·목재·제재 및 건설자재공업 등 거의 모든 주요산업분야가 계획목표에 미달되고 있으며, 농업부문에서는 66년에 1억 7천 l백만t이던 곡물생산실적이 69년에는 1억 6천만t으로 오히려 감소경향을 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제현황에도 불구하고 최근의「프라우다」사설(1월 13일)이 질적 개선을 촉구하고 있음은 소련 경제가 양적 부족에다 질적 빈곤까지 곁들인 최악의 사태에 직면해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이처럼 동맥경화증을 나타낸 소련경제의 병인은 먼저 이윤제 도입으로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반면 이윤제의 핵심인 가격과 임금을 엄격한 통제하에 두어 시장요인을 배제하려는 모순된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서구적인 성장 자극제를 파행적으로 도입한 무모한 경제개혁의 후유증으로 지금의 상태는「스탈린」주의 통제계획 경제의 말기증상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있다.
그런데 소련경제의 위기는 정치위기와 직결된다. 따라서 소련외교도 불안정한 위치에 서게된다.
올해는「레닌」탄생 1백년을 맞는 해로서 제24차 당 대회를 열어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한 경제위기가 정치 외교면에 큰 영향을 미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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