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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쓰레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날씨가 풀리면서 집집마다 봄단장이 한창이다. 겨울동안 묵었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쏟아져나온다. 그 쓰레기를 길에다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쯤 국민학교 어린이들도 아는 일이다.
그러나 골목길을 지나다보면 담장밑이나 전신주밑에 연탄재와 휴지등속이 뒹굴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대체 누가 내버리는 것일까. 그집 주인의 얼굴을 한번보고 싶어진다. 쓰레기 버린 것을 나무라면 식모나 다른 사람이 한일이라 모른다고 잡아뗄테지만 그 책임이 주인에게 있다는 것쯤 모를리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민정신이나 공중도덕을 말해본댔자 쇠귀에 경읽기가 아닐까…. 쓰레기를 길에 버리면 5천원의 벌금을 물거나 구류를 당해야하는 벌칙을 어기면서까지 얌체족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쓰레기는 모아두았다가 청소차가 오면 내다버려야 한다. 만일 청소차가 여러날 오지않아(그런일이 없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있지만) 곤란을 받는다면 동회나 구청이나 시에 신고할 일이다. 쓰레기때문에 시민이 곤란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우리 행정당국에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시민들의 고발정신이다. 청소부가 아무리 쓰레기를 쳐가고 쓸고해도, 그뒤로 자꾸만 내다버리는데야 어떻게 당하느냐 말이다. 자기동네를 위해서라도 주민들이 암체족을 고발해 주기를 손을 모아 빌고싶다.
지난해 파리에서 경험한 일이다. 비가 갠다음 길을 걷다가 자동차가 튕기는 물방울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흙탕물도 뒤집어쓰는 판인데 이까짓 일쯤…하고 무심히가는데, 누가 어깨를 두드린다. 돌아다보니 웬 중년신사가 어째서 고발하지않느냐고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당신같은 사람들때문에 우리 파리에 횡포한 운전사가 자취를 감추지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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