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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께 드리는 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들마다 백합이 피더냐?
산마다 꾀꼬리 울더냐?
배달촌 아릿 나릿 벌에
천년에 한번 난 딸 백합이 있었다.
천년에 한번 우는 꾀꼬리 있었다.
꽃숨결 아롱져 비바람 시샘에도
백합은 피어 향이 떠돌고
등이 없고 의지 없이 저 혼자 날아 우는
꾀꼬리의 노래는 나라마다 퍼져갔다.
백합은 메마른 동산에 피었어도
그 향기는 역사의 제단에 길이 머물고
꾀꼬리는 숲 없는 빈 산에 울었어도
그 소리는 민족의 혼과 함께 만방에 울려갔다.
그는 자유를 위해 몸소 일어나
무지로부터 이 나라 여성을 해방했고
생존을 위한 높은 사랑을 가르치면서
암흑의 시대에서 영원한 이화를 낳으시었다.
임종이나 마지막일 수가 없는데
저 휴식의 문을 향해 가시는 이여
이토록 떠날 수 없는 소중한 선생님을
어찌 우리 서로 떠나야 합니까?
선생님!
들마다 백합이 피더냐?
산마다 꾀꼬리 울더냐?
배달촌 아릿 나릿 벌에
천년에 한번 난 딸 백합이 있었다
천년에 한번 우는 꾀꼬리 있었다
※이 시는 14일 영결식장에서 낭독할 조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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