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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드러난 설계 「미스」|신축국립 종합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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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8억원의 예산을 들여 민족문화「센터」의 일환으로 세우는「매머드」종합박물관 건립공사는 마지막 내부공사를 앞두고 애당초의 설계 「미스」가 드러나 공사는 새삼 원점에서 검토되고 있다. 지난 5일 문공부는 이춘성차관 주재로 문화재위원·건축계 인사 및 시공관계자 등이 참석한 비공식 회의를 갖고 설계변경을 위한 최종적인 단안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박물관 건립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에 접어들어 정부가 새삼스럽게 부심하고 있는 내용은 ⓛ전여장 내부가 기둥 투성이여서 박물관 건물로는 부적당하고 또 전체적으로 비좁으며 ②관람객이 사방에서 옥상을 오르내리게 돼있어 전시품의 보안조치가 거의 불가능하며 ③수장품에 대한 과학적 보존책이 전혀 강구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이다. 시공주관 부서인 문화재관리국은 그 동안 이 건물의 허점을 지적 받고 금년 들어 각계의 의견을 들어 종합해 왔는데, 이날 최종회의에 참석했던 관리국장은 『이미 다된 건물을 뜯을 수는 없는 일이고 현시점에서 최대한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966년에 설계, 경복궁 안 동북의 제수각 후편에서 기공한 종합박물관은 69년 말까지 4억2천만원을 투입해 3동의 연결된 건물의 구조체를 완성하고 기와까지 다 올렸다. 금년 12월 준공계획으로 서두르고 있는 나머지 마감공사는 돌일과 단청 및 부대 시설 등이다. 소요총예산은 설계 당시 책정한 4억7천만원의 2배 가까운 8억1천5백만원이 계상되고 있으며 앞으로 설계변동에 따라서는 1, 2억원이 더 들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연건평 3천6백평에 달하는 3동의 건물은 각기 우리 나라의 중요 고 건물을 그대로 본떠 옮겼으며 다만 나무대신 철근 「콘크리트」로 시공하였다.
3층 전시장을 기단으로 삼고 있는 「메인·빌딩」인 팔상전(법주사)은 5층 꼭대기를 전망대로 하여 식당 휴게실이 들어앉고 각황전(화엄사)은 대 강당, 미륵전(금산사)은 회의실로 쓰게 돼 있다. 이같이 외모가 거창한데 비하여 실제 박물관 전시실 및 창고의 면적은 1천60평. 현 국립박물관보다 3백여평 정도 더 넓은데 불과하다. 더구나 「메인·빌딩」은 중앙부에 5층의 「팔상전」을 올려놓기 위해 기둥을 총총히 세웠기 때문에 박물관 전시실로는 그 기능을 다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둥을 추려낸다면 전망탑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일.
이 건물에는 앞으로 국립박물관이 들어갈 예정인데 현재의 전시실 면적으로는 국립박물관 이외엔 더 들어갈 데가 없다. 종합 박물관으로서 당초 계획한 대로 민속관과 기타 기구가 병설될 공간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즉 8억원이라는 공사비의 절반은 박물관 기능면에서 무가치한 팔상전, 각황전, 미륵전의 건조에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도 팔상전 전망탑은 그것으로 인한 폐단 때문에 설계변경 회의에서 헐어버리자는 안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망탑에 관람객이 자유롭게 오르게 하기 위하여 건물 외부로부터 사방에 돌층계가 설치돼 있다.
돌층계는 불국사의 백운교·청운교 등을 모방한 것인데, 박물관 전시장 옥상에 사람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예는 세계의 어느 박물관에도 유례없는 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설계자 강봉신씨는 『박물관이란 수장품을 관람시키는 것만 목적이 아니오, 고궁의 전망과 휴식처의 제공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실제는 많은 창과 더불어 보안상의 허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보존시설문제는 이 건물운영상의 커다란 난점. 연못과의 방수시설 및 거대한 「콘크리트」자체가 지닌 습기문제 등이다. 아산 두충사 전시관의 경우 90평 공간에 1천만원을 투입해 온도(19도∼24도)와 습도(50도∼70도)의 조절장치를 설치했다. 종합박물관 전체에 이 같은 시설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구상이다.
설계자 강씨는 『66년 다 논의됐던 일인데 무엇이 「미스」인지 모르겠다.
4, 5년 지났으므로 건축학의 안목이 다소 달라졌겠으나 그것은 주관적인 해석』이라고 정부의 설계변경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공부는 ①창고라도 고쳐 전시실을 늘리고 ②전망탑을 사용치 않도록 하는 한편 ③옥상에 오르는 모든 돌층계를 대담하게 고치는 등 최대한 설계를 변경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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