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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찬조금의 수회성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지검은 편입학을 둘러싸고 찬조금 1천여만원을 받아 불구속 입건된 전 경기중·고등학교장 박모씨를 수회혐의로 입건·기소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50년대에 이미 『후생비를 받고 학생을 편입시키는 것은 공무원인 교장의 직무에 속하므로 수회죄가 성립된다』고 대법원이 판시하였고, 또 『상관의 승인을 얻었거나 상관과 같이 향연을 받았다고 하여 수회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도 없으며 그 동기가 비록 직원의 후생관계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범죄 저각 사유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경기중 고등학교장의 중학생 편입학사건은 오늘날 우리 나라의 소위 경영행정에 대한 검찰 기소방침의 한 [모델·케이스]가 될 것 같다. 이 사건은 우리가 아는 바로는 학교시설을 확충하기 위하여 취하여진 것이요, 교직원 회와 동창회의 사전동의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문교예산이나 시교위의 예산부족 때문에 학교시설의 확장을 기할 수 없어 부득이 자체 주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각 중 고등학교에서 동창회나 학부형회에서 기부금이나 찬조금을 받아 학교시설을 해온 것은 이미 만성화한 악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케이스]는 편입학을 조건으로 특정인에게서 찬조금을 받은 것이 유독 문제가 된 것 같으나, 5.16이전에는 정원 외 입학생에게서 찬조금을 얻어 교사를 신축 개축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그것 때문에 현재와 같은 시설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한 방법을 쓰지 아니한 국·공립 대학의 시설이 그러한 방법을 쓰고 있는 사립대학의 시설확충의 속도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다 아는 바이다. 그래서 일부 교수들 간에는 국립대학의 입학에 있어서도 일정한도, 극소수의 학생은 성적순에 의할 것이 아니라, 찬조금을 받아 입학시키고 그 금액으로써 특별회계를 만들어 기숙사를 짓고 도서를 구입하고 재능이 뛰어나면서 빈궁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교수연구비를 확보하여야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차마 그러한 짓을 하지 못하여 현재와 같이 연구는 정체상태에 빠져 있고, 학생들은 장학금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소일하고 있다. 몇 명 학생을 불평등하게 입학시키는 부정의와 학문의 정체, 그리고 학생의 욕구 불만현상 확대라는 부조리 중 어느 것이 더 큰 해악인가는 정부와 국민들이 다시 한번 깊이 고려하여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한다 해도 학력이 없는 아동을 편입학시킨 데 큰 [미스]가 있었고 이를 사전공개하지 않은 잘못이 있어 변명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박교장의 행위는 학력미달임을 알고 했다면 속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또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수회죄로서의 기소 가능성을 배척치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박교장의 이 행위가 최근 성행되는 이른바 경영행정의 한 단편적인 표현으로 보아 거시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년에 모고관이 1천여만원의 수회사건으로 공판을 받았을 때 최후진술에서 『찬조금을 받아 시정을 운영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요, 자기만이 처벌당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던 것을 새삼 회상하게 된다. 행정 각 부처나 대다수의 공공기관이 자체예산의 부족으로 산하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찬조금을 얻어 경영하고 있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정부나 각 기관이 받는 찬조금도 기부금이므로 당연히 기부금품 모집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법 제4조는 특히 『국가기관 또는 공무원은 환영금·전별금, 기타 축하금 등 여하한 명목의 기부금품도 모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에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나 타 행정기관이 받는 찬조금도 일정한 반대급부를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것도 수회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이러한 기부금·찬조금 부정이 근절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나 그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이것이 사용으로 착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해야만 할 것이다. 검찰은 우선 기부금품 등을 받아 사복을 채운 부정 공무원을 전원 적발하여 기소하고, 그 뒤에나 공용으로 찬조를 받은 사람을 기소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검찰의 수회죄 적용에 있어 국민의 납득이 가도록 기소원칙을 확립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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