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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일대 부동산 1~2년 전 집중적으로 매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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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의 한 공터는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넓이는 400여 평(1352㎡) 정도. 안엔 컨테이너 가건물과 콘크리트 빌딩이 각각 1채가 있었다. 간판은 없고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길에서 만난 동네 주민은 “원래 롤러스케이트장이었고, 2년 전까지 실내 포장마차가 운영된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외지서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데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유한회사 ‘옥포공영’의 법인등기상 주소다. 옥포공영은 김우중(77)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선용(38)씨 회사다. 옥포공영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베트남 하노이의 반트리 골프클럽 지분 100%(5700만 달러·약 640억원)를 인수한 것으로 지목됐다.

“옥포 장승포 일대 부동산 여러 건 보유”
옥포공영은 1982년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대우조선(현 대우조선해양)의 옥포 조선소에 용역과 급식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2009년 11월 주식회사를 해산하고 유한회사로 바꿨다. 사업 목적을 부동산 투자·개발 등으로 명시했다. 유한회사의 경우 운영이 폐쇄적이고 외부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상법 전문 변호사는 “해외 명품업체인 루이뷔통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루이뷔통의 경우 프랑스 본사로 돈을 보내는 송금 내역이 드러나는 걸 꺼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회사 정보를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유한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용씨가 최대 주주(83.33%·2012년 현재)로 있는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가 옥포공영의 지분 45.87%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 반트리 골프클럽의 개발 사업권은 대우그룹과 베트남의 하노이전기공사가 7대 3 비율로 나눠 갖고 있었다. 대우그룹이 99년 해체된 뒤 지분은 ‘노블 에셋’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옥포공영으로 모두 넘어갔다. 옥포공영이 노블 에셋의 지분 30.1%를 48억1000만원에 인수했던 2006년 당시 매출 0원, 영업손실 2억1000만원, 경상이익 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05년 2월 대우조선해양이 100% 출자한 웰비스(현 웰리브)가 옥포공영의 기존의 사업을 가져가면서 2008년까지 단 한 푼도 매출을 거두지 못했다.

수소문해서 전 옥포공영 직원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웰비스가 세워지면서 옥포공영을 그만뒀다.

-옥포공영이 부동산 개발 투자·업체라고 돼 있는데.
“이 일대(장승포)는 거의 대부분 원래 옥포공영 땅이었다. 공지였는데 조금씩 분할해서 건물들이 들어서고 개발이 됐다. 여기 말고도 (옥포공영 명의의) 부동산이 엄청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거제 시내에서 사원 기숙사용 아파트가 있었고, 죽림 해수욕장 인근 토지도 옥포공영 소유였다. 이거 말고도 여러 건이 있었다. 내가 나간 뒤인 2011~2012년에 집중적으로 팔았다고 들었다.”(※그가 옥포공영을 나왔던 2005년 옥포공영의 감사보고서엔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토지 9억5000만원, 건물 636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다.)

-무슨 일을 했나.
“많은 건물과 토지를 관리했다. 청소를 하고 세금 내는 일이었다. 나 말고도 땅은 여러 부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리했다.”

복수의 전직 옥포공영 직원들에 따르면 2007년 유모(63)씨라는 사람이 서울에서 내려와 “이제부터 내가 맡겠다”며 옥포공영 자산을 관리했다. 이후 두 차례 주소를 옮겨 지금의 장승포 공터로 왔다. 유씨는 컨테이너 가건물에 사무실을 차려 주로 혼자서 일했고, ‘서울 사람’들과 자주 통화를 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옥포공영과 웰리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청담동의 한 빌딩. 7층짜리 빌딩의 5층에 ‘BH엔터테인먼트’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잇따라 출연한 배우 이병헌(43)씨의 소속사로 잘 알려진 연예 기획사다. 이씨가 직접 투자했기 때문에 그의 영문 이니셜을 따라 BH라는 회사 이름이 붙여졌다. 김선용씨는 이 회사의 공동 대표이사다. 법인등기에 따르면 김씨 소유의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와 ‘벤티지홀딩스’가 BH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주소를 사용한다. 이병헌씨는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73)씨와 친분을 맺었다. 그는 9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94년) 정씨와 저녁식사를 한 계기로 처음 만났다. 정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큰아들과 닮았다. 양아들을 삼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H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김 전 회장과 관계가 없다. 김선용씨는 2006년 창업 때 지분의 50%를 투자했다”며 “나중에 지분을 팔면서 현재 그의 지분은 20%대”라고 말했다. 또 “같은 5층에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사무실이 있었다가 1년 반 전에 나갔다. 어디로 옮겼는지는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선용씨는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투자사인 벤티지홀딩스의 지분 15.04%를 갖고 있다. 기업용 검색솔루션 전문인 ‘코리아 와이즈넛’(지분 1.82%)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는 일종의 지주회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3억959만원, 영업손실 4억7275만원, 당기순손실 36억8459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페이퍼 컴퍼니 의혹 룩셈부르크 회사도 보유
벤티지홀딩스는 영화 ‘추적자’에 투자했고, ‘미쓰 홍당무’를 제작했다. 정의석(44) 전 벤티지홀딩스 대표는 2007년 인터뷰에서 ‘벤티지홀딩스에 관한 루머 중 대우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우와 관련한 것은 120% 헛소문이다. 창립 멤버 겸 현직 임원 가운데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김선용씨)이 있으니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하게 된 것이고. 하지만 조사 결과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의 해외 관계사인 ‘코랄리스 S.A.’의 룩셈부르크 주소지는 룩셈부르크시(市)와 베트랑지로 나온다. 구글을 통해 두 곳의 지도와 거리 사진을 보니 평범한 주택가로 추정된다. 룩셈부르크는 특정 기업이나 사업에 세제상 특전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조세 피난처’로 간주된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애플이 룩셈부르크 자회사를 통해 절세를 한다고 보도했다. 명목뿐인 룩셈부르크 자회사가 아프리카·유럽·중동에서 아이튠즈를 통해 다운로드되는 노래·드라마·앱을 판매한 것처럼 유통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에 아주 낮은 세율을 매기겠다고 약속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가 지난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5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대부분 미국ㆍ영국ㆍ독일 기업들이 세금 우대의 혜택을 노려 투자한 돈이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의 실물경제에 투자된 것은 6900억 달러에 불과했다. 90%가 조세도피 목적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선용씨 측 관계자는 “코랄리스 S.A.는 이사진도 꾸려진, 실체가 있는 회사”라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룩셈부르크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내세웠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철재 기자, 이상엽·이지훈 인턴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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