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석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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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28일 서남해 대륙붕에 부존 가능성이 높은 석유자원개발을 위해「걸프」와의 협약에 이어, 두번째로 「로열·더치·셸」회사와 석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서 2월중에는「칼텍스」사 와도 같은류의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으로서 남해 대륙붕에 대한 석유개발에 참여할 외국회사는 「걸프」·「셸」·「칼텍스」등 3사로 늘어나게 된다.
서해와 남해안 일대에 석유자원이 부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은 67년부터 제기 되었고, 68년도에는「에카페」의 후원으로 동 지역에 대한 대략적인 예비탐사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 조사에서 서해와 남해에 석유를 부존할 수 있는 제3기층이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음이 증명되었고, 어쩌면 세계 유수의 석유매장층이 발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사보고가 나오게 된 것이다. 동 조사보고는 곧 국제적인 석유재벌의 관심을 끌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일본· 대만의 대륙붕 개발의욕을 자극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한국에서 기반을 확고히 잡고 있는「걸프」회사는 제1착으로 69년4월15일 한국정부와 석유자원 탐사 및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었다.「걸프」와의 협약 당시에 이미 서남해의 대륙붕을 6개구역으로 분할할 것을 예정했고,「걸프」는 제2지구와 제4지구를 분담키로 했었다. 이어서 「셸」회사는 제3지구와 제6지구의 탐사 및 개발권을 얻게 되었고, 2월중에 체결할 것으로 알려진「칼텍스」는 제1지구와 제5지구를 맡게 되어 있다 한다.
이와 같이 국제적인 석유재벌이 탐사 및 개발협약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남해의 대륙붕에 석유자원이 부존 되어 있을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할 것이며, 그만큼 우리로서는 커다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 나올수 있는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그 개발을 위한 우리의 준비와 협약태도는 신중해야 한다는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중동지방과 남미지역의 석유자원개발은 식민지 시대에 이루어져, 석유재벌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며, 때문에 현지민이나 해당국의 이익은 거의 반영되어 있지 못했고 야간의 이익을 위해 영원한 자원설출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례를 우리가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발초기에 협약조건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임은 그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걸프」회사와 협약할 때 참고로 한 것은 동남아 지역과의 협약 조건이며, 그보다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타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석유개발에 관한 한 전례가 후진지역에 유리하도록 협약이 체결된 일은 없음을 직시해야 할 줄로 안다.
물론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저 석유를 개발할 능력을 아직은 보유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므로, 불리한 조건하에서나마 시급히 이를 개발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탐사 협약과 개발협약을 분리시켜 협약을 단계적으로 체결해 간다는 신중성을 정부가 보였더라면 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탐사와 개발을 한데 묶어서 협약하는 것은 온당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탐사 결과가 신통치 앓으면 아무리 우리가 열의를 보여도 개발은 불가능한 것이며, 반대로 탐사 결과가 좋으면 우리가 아무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도 그들이 개발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저 광물자원개발법에 따른다면 탐사권이 없으면 개발권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우선 탐사권만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개발협약을 체결했어야 순서가 맞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보다 유리한 협약을 유도시킬 수 있었다할 것이다. 이점 충분히 고려하여 주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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