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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으로 가는 새「라인 업」|체제개편 끝낸 신민당의 판세와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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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투표 참패에 대한 반성에서 제기된 당의 체질개선문제를 놓고 숱한 진통을 겪었던 신민당은 26일 임시전당 대회에서 유진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일단 71년 선거를 향한 당 체제를 정비하는데 성공했다. 재야세력을 흡수한「확장공사」까지 곁들여 신민당은 그런 대로 새 단일야당의 체모를 갖춘 셈이다. 진산계와 반진산계의 실력대결로 시종했던 이번 대회는 혼전을 겪었으나 비교적「깨끗한 승부」로 끝을 낸 셈이며 별다른 큰 잡음이 뒤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결과가 보여준 몇가지 특징은 신민당의 진로를 암시한다.
첫째 당대표가 2차 투표에서 당선되었고, 비록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반진산 연합세력이 형성되어 당내 안정세력의 구축이 문제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당초 지도체제개혁을 포함한 당헌 개정작업에서 진산계와 반진산계는 각 파벌간의 복잡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단일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진산계와 반진산계는 전당대회에서 끝내 실력으로 대결했다.
전당대회 의장선거에서 반진산계가민 김홍일씨가 3백4표를 얻어 진산계의 김의택씨(2백85표)를「리드」한 점, 그리고 당대표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유진산씨가 과반수 미달인 2백86표를 얻었다는 것은 진산계의 고정세력이 안정세력에 약간 미달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반진산계의 뭉친 표가 3백여표로 나타난 점은 새 당수가 곧 그만한 반대세력을 안고있는 것이 되므로 그의 앞으로의 영도력행사가 결코 순탄하리라고 만은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형식상「집단」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단일체제」에 못지 않은 강력한 권한을 가졌다해도 우선 당장 안정세력이 없는 한 이같은 반대세력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새 당수의 당면과제인 것 같다.
우선은 4·5월의 지구당 개편이 안정세력 구축의 계기일지 모르며 그에 앞서 정무회의 구성이나 당직자 인선을 통해「안배」로 불안정 요소를 소화해나갈 공산이 크다.
둘째는 대통령 후보지명 경쟁의 조정이다. 동시 지명을 주장하던 김대중씨가 일단 후퇴하기는 했으나 6월에는 지명대회를 열어야 한다. 이 지명대회는 8백명이상 1천명이하의 새 대의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후보경선 양상은 전혀 국면을 달리 하게된 것이다.
후보지명전은 이미「40대 기수」에 대한 소장층의 기대감에 얹혀 독자적인 지지세력을 마련한 김영삼·김대중의원이 지지세력 확대를 계속하고 이에 이철승씨가 뛰어들 것이 분명하므로 우선 삼파전이 될 것 같다.

<후보에 의외인물도 예상>
그러나 진산 당대표자신이 스스로 나설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없지 않고 이재형씨의 출마 설도 있고 보면 후보지명전을 꼭 소장층의 각축으로만 속단할 수는 없을 것 갈다.
특히 노장층에서 의외의 인물이 뛰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아 후보싸움은 유례없는 혼전이 벌어질는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유 대표는 아직껏 대통령후보지망자중 어느 누구에게도「페이버」를 주지 않고 있다. 단지『서두르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를 「스타」탄생시키듯이 할 수는 없는 것이며 국민적인 여망과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지명이 그의 「의중」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은 틀림없으며 당인 유진산씨가 처리해야할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하다.

<군소파벌 웬만큼 정돈>
셋째는 당내세력의 재경비다. 유 대표는 『당위의 파벌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말했다. 그의 이 같은 결의가 신민당의 고질을 얼마큼 씻어 나가느냐가 문제다.
「당위의 파벌」이 아닌「당 아래의 파벌」이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소외를 배제해야 한다. 새 당헌에 대해 일부 중도계에서는 이미『파벌만이 살찔 수 있는 체제』라는 비판을 가했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판세는 대체로 진산계 (당수 1차 투표=286), 이재형계 (당수 1차 투표=192), 김대중계(당헌개정안 표결=223) 의 세 줄기로 나타났으며 군소파벌은 얼마간 정돈되었다.

<지구당개편이 큰 고비>
대회에서의 선전이 지속된다면 파벌로 인한 파국은 없겠지만 곧 닥칠 대통령 후보지명과 국회의원 공천은 어려운 고비이며 특히 당외 일부 재야세력과 접촉을 가져온 김세형씨계의 동향 같은 것은 주목된다.
넷째, 체질개혁논쟁의 매듭이다. 신민당은 국민투표이래 줄곧 이 논쟁에 휩싸였으며 그것은「40대 진출」이라는 구체적인 성격을 띠었다. 많은 소장 당원들은『노장들의 후퇴로 당의「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당헌개정과 당수 경선과정에서 이 40대 진출론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대통령후보지명과 요직인선·의원공천에선 다시 고개를 들 것이 틀림없다.

<40대 진출론 매듭지어야>
유 대표는 절대 진출론에도 얼마간은 비판적이었는데 그렇다고 이 당내여론을 전적으로 묵살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가 막유진을 짜는데서 세대교체론에 대한 그의 구상이 비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대여 투쟁태세다. 유진산 대표는 정치적인 투쟁에 폭을 갖고 있었다.『「사꾸라」 라는 말은 국민에게 면역되어 아무런 납득을 주지 못한다』는게 그의 얘기다.
신민당의 기조로 보아 온건노선으로의 전환은 예상하기 어려우나 진산체제는「유연 전략」으로 대처해 나가리라는 전망들이다. <박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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