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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행하는데 명단엔 없는 김양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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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축구팀과 함께 양궁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김 위원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경희 노동당 비서. [평양 로이터=뉴스1]

김양건(71)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함께하고도 수행원 명단 발표에선 빠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대회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북한 여자축구팀을 만난 소식 등을 1~3면에 사진과 함께 실었다. 사진엔 김양건 부장이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경희 당 비서 등 고위 간부와 함께한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부부장급(차관급) 간부까지 포함한 16명의 수행원을 거명하면서 장관급으로 간주되는 김 부장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주봉 체육성 당위원회 책임비서까지 이름이 올랐는데 김 부장이 빠졌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1면에 실린 김정은의 여자축구 선수단 접견 사진에는 앞줄에 최용해·장성택과 강석주 부총리 등 8명이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김양건 부장은 뒷줄에 섰다. 노동신문은 김 부장의 얼굴이 장성택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도록 편집했다. 양궁 경기를 관람하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에는 김 부장이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무표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김양건의 비중으로 볼 때 의도적 명단 빼기로 보는 게 맞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사태 등 대남 현안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일종의 경고성 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군부 인사의 경우 강등된 계급장을 달고 수행토록 하는 징벌을 했지만 김양건에게는 수행명단에서 빼버리는 조치로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 카드로 박근혜정부를 흔들려 했는데 상황이 꼬여 남측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되자 대남 총책인 김 부장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다.

 김양건은 지난 4월 초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한 직후 대남담화를 통해 북측 근로자 5만3000명의 철수를 선언하는 등 공단 가동 중단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 이후 여섯 차례의 공단 정상화 실무회담을 진행했으나 북한은 재발 방지 등 남측 요구사항에 막혀 조기 재가동에 실패했다.

 수행명단에 빠지는 ‘수모’를 겪었지만 권력 내 지위는 유지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핵심 후견세력인 장성택과 김경희 부부 사이에 김 부장이 자리하는 등 심각한 상황은 아니란 점에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대남 문제는 여전히 김정은과 장성택·김양건 3자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징벌 해제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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