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홈플레이트] 의문으로 점철된 진갑용 파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정 도핑테스트 문제로 프로야구계를 술렁이게 한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 진갑용은 결국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달 29일, 대한야구협회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대표팀 총사령탑인 두산 베어스의 김인식 감독과 협의해 지난 26일 발표했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엔트리에 속해 있던 진갑용을 탈락시키고 대신 기아 타이거스의 포수 김상훈을 포함시켜 대표팀 명단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처음에 진갑용은 1차 도핑 검사 결과에서 규제 대상인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자 “아직 병역미필자로 있는 고려대 후배인 기아 타이거스의 포수 김상훈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예비 테스트용 소변샘플에 약물을 섞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가볍게 던진 그의 말은 언론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어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 “소변샘플에 약물을 첨가한 것이 아니라 약물복용으로 인해 과도한 테스토스테론이 추출된 것을 보인다.”라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 센터에서 진갑용의 해명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진갑용은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근육강화제, 단백질생성제, 종합영양제, 비타민,항생제부작용방지약 등 5가지 약들을 내놓으며 “떨어지는 체력을 보강과 항생제에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계속 보조식품들을 포함한 약물을 복용해 왔었다”며 약물 복용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함께 먹었던 감기약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전날 소변샘플에 약물을 섞었다는 말은 농담이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갑용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먼저 진갑용이 복용하고 있다고 밝힌 근육강화제(Greatine momohydrate)는 금지 약물이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미 많은 선수들이 복용하고 있으며 만약 진갑용이 이를 계속 복용했을 경우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될 리가 없다.

또다른 의문점은 역시 그가 복용을 시인한 단백질생성제(Ripped Fuel)에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판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마황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1차 도핑 테스트에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말한 “복용한 감기약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 라는 부분도 의문점이 남는다. 대부분의 감기약에는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고의로 소변샘플에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섞었다는 것도 진실은 아니다. 그의 소변샘플에서 검출된 테스토스테론의 양은 1차 테스트에서 6에도 못미치는 수치가 나왔는데 만약 직접 섞었다면 적어도 30이상의 높은 수치가 나와야 한다는 게 KIST 토핑컨트롤센터 김명수 박사의 의견이다. 즉 섞은 것과 정상적인 체외 배설(소변)은 성질, 검출량 등서 명백한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설령 6이하로 나오게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한데 진갑용은 그 방면의 전문가는 아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라이온즈의 개입설도 판단하기에 애매모호하다. 소변샘플에 약물을 섞었다면 KBO로부터 징계조치를 받고 약물복용으로 인한 것이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진갑용의 경우에는 약물복용 쪽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삼성구단과 회의 후 진갑용은 돌연 소변샘플에 약물을 탔었다는 당초의 말을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부인하고 약물복용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점은 만약 삼성구단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했다면 왜 처음부터 진갑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았냐는 것이다. 즉 검사결과가 나오자 마자 진갑용과 기자와의 인터뷰를 차단시키고 대책회의를 거친 후에 구단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구단은 진갑용의 발언에 따라 구단입장을 나타냈을 뿐이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의문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진갑용과 삼성구단만이 알 뿐이다. 진갑용과 개인적으로 친한 필자가 넌지시 물어봤으나 그에서 들은 대답은 ‘약물복용은 사실이다. 다른 말은 언론의 추측일 뿐이다.’라는 대답만을 들었다.

여하튼 진갑용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약물복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내뱉은 한 순간의 신중하지 못한 말 한마디 때문에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었음은 물론이고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혀 버리는 우를 저지르고 말았다.

신종학 프로야구자유기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