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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납북 40일째 그 가족들의 주변|만행에 앗긴 「진학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기가 납북된지 40일-. 북괴의 만행을 규탄하는 온 국민의 궐기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고, 정부당국의 송환교섭도 쉴 새 없었지만, 하루아침에 아빠·엄마를 빼앗긴 51명의 승객과 승무원 가족들은 웃음마저 잃고 영하의 추운 나날을 한숨과 걱정으로 지내고 있다. 하루빨리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가운데 20일은 이북5도 주최로 북괴의 만행을 다시한번 규탄한다. 강릉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는 이동기씨(46·강릉합동인쇄소대표)집의 경우는 사업을 맡을 사람이 없어 대학입시를 하루 앞둔 19일에는 이씨의 장남 진명군(18)이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씨 가족들은 이제 기둥을 잃은 채 장남의 대학 진학포기와 함께 차남 진호군(15)까지도 등록금 걱정을 미리하면서 고교진학도 포기해야할 처지에 놓여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대하고있다.
중기부속상을 하던 이경헌씨(37·용산구청파동3가98)의 부인 임영애씨(35)는 원호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빌린 가게의 월세가 밀려 『이대로 가면 가게도 남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허대욱씨(34·용산구서계동95)의 부인 김정자씨(28)는 두 아들을 데리고 시흥군서면철산리 삼양사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는 시부모를 돌보고 있다.
김성옥씨(31·여·동대문구숭인동56의38)의 남편 정기수씨(36)는 지병인 당뇨병으로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에 입원, 아내가 돌아오기를 빌고 있다.
창신국민교 2년생 석조군(9)과 유치원에 다니는 석훈군(5)은 해가지면 엄마를 찾아 칭얼대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약수터에 갔다』고 속이고 있다면서 『거짓말도 한두번이지 이젠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푸념했다.
이광호씨(40·영등포구구로2동공영주택355)의 딸 경희양(12·영일국교4년)과 장남 재용군(5)은 아버지 이씨가 납북된 후 어머니와 같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북녘을 향해 정안수를 떠놓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고있다.
『연말까지는…』하고 바랐으나 이제는 『구정안으로…』하는 것이 새벽 기도의 소원이 됐다고.
어머니 박명원씨(39·영등포구상도동355의1)를 북녘 하늘에 뺏긴 이동환군(강남국교6)과 영옥양(강남국교2년)등 남매는 박씨 납북직후 아버지 이모대령이 근무지인 강릉으로 데려갔다. 납북전엔 같이있던 시아버지도 며느리가 납북되자 둘째아들 집으로 옮겨가 흉가처럼 됐다.
빈집은 박씨의 언니 소원씨(여·41)가 지키고 있다.
김진규씨(42·영등포구상도동산40)가 납북되자 부인 최종순씨(36)는 지병인 신경통이 악화, 김씨의 납북이후 몸져누웠다. 성경희양(23·스튜어디스·성북구석관동305의10)의 집에는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 성충영씨(49)를 비롯, 7명의 식구들은 밤낮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장녀의 무사한 송환을 안타까이 기다리고있다.
성양의 어머니 이준덕씨(46)는 『밤마다 딸의 꿈을 꾼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과 함께 납북된 권오집씨(43·어물상·서울성북구성북동2의47)의 경우, 지난 12월11일 권씨가 집을 떠날 때 『이틀후에 올테니 집 잘 봐라』고 장남 승호군(17·경기공전1)에게 돈 5백원을 주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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