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가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강이 푸르다
하늘은 몇갑절이나 더 푸르다
순이는 바람이라도 마시고 싶은지,
나도 나란히 서서
억수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마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들일까
나는
갑자기,
그 소리들이 반짝거리며 떠내려가는 것을 보다가
얼른 잡아챈다
은붕어 한 마리가 꼭 4분음표만 하다
순이는
연거푸 파아란 고무 풍선을 분다
곧 터질 양 하늘이 막 부푼다 [정중수]

<당선 소감>나의 벗들에 이 작은 기쁨을
나는 이 작은 도시가 왜 바다쪽으로 늘 몸을 눕히고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바다에는 아마도 수 천년 전부터 유전해 오는 어떤 왕국의 커다란 종이 살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 종이 울리는 소리를 도시는 두 팔로 안으며 조용히 눈을 뜨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나는 알지 못합니다. 종을 치는 이가 누구인지를. 바다쪽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함게 사는 것이 아닐까요. 나의 벗들에게 이 작은 기쁨을, 졸작을, 천해주신 심사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전남목포태생·65년 목포고등학교졸업·전남목포시무안동1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