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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전염병, 에이즈 해결 실마리

중앙일보

입력

학자들은 선사시대에 일어났던 에이즈와 유사한 전염병 때문에 침팬지가 저항력을 갖게 됐다고 믿고 있다.
2백만년 전 침팬지들에게 일어났을 것으로 보이는 전염병이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퇴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네덜란드의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먼 옛날 전염병으로 침팬지들이 죽어갈 때 면역 체계에 독특한 유전자 코드를 지닌 침팬지들만이 살아남았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몇몇 에이즈 바이러스 환자들이 에이즈로 발전하는 데 있어 비슷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어 과학자들은 이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유사한 방어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계속적인 연구가 시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선사시대에 일어난 이 질병으로 90%에 가까운 침팬지가 죽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간의 에이즈가 확산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영장류 생물 의학 연구 센터가 실시한 이 연구들에 힘입어 인간의 DNA와 98% 이상의 유사성을 지닌 침팬지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큰 까닭을 설명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35마리의 침팬지를 연구, 이들의 면역 체계에 단일한 유전자 다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를 지도한 로날드 본트롭 박사는 "침팬지는 모든 연구에서 인간보다 유전적 변이를 더 많이 보이지만 이것만은 예외로 상당히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침팬지 집단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졌고,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방어 유전자를 지닌 침팬지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설명이라고 여긴다.

또한 그는 현재의 침팬지들의 대다수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면역성을 갖고 있어 선사시대의 전염병이 에이즈와 유사한 종류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본트롭의 연구는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 다음 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이미 이 아카데미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소재 위스타 연구소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는 루이스 몬태너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에이즈 문제와 필연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고는 여기지 않고 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자들이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발견해내긴 했지만, 침팬지나 인간에게 에이즈에 저항력을 지닌 특정 유전자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선사시대의 전염병은 에이즈와는 관련이 없는 어떤 질병이나,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오늘날의 다양한 아종(亞種)에 퍼져 있는 질병에 의해 유발됐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트롭 박사와 몬태너 박사는 선사시대 전염병이 번졌을 때 얼마나 많은 침팬지들이 단일한 면역 체계가 없어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90% 이상이 전염병과 맞설 수 있는 적절한 면역 체계 유전자를 갖지 못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AMSTERDAM, Netherlands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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