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 엎친 데 죽은 물고기 덮쳐 … 남해가 썩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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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양식장에서 적조 때문에 폐사한 물고기를 제때 퍼내지 못해 물고기들이 썩어 가며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사진은 29일 경남 통영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죽은 참돔과 쥐치를 건져내는 모습. [송봉근 기자]

29일 오후 경남 통영 산양읍 앞바다. 곳곳의 가두리양식장에 적조 때문에 죽은 참돔·쥐치 등이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떠올라 있었다. 죽은 지 며칠이 지났건만 장비가 부족해 아직 처리를 하지 못한 물고기들이다. 주변 바다는 죽은 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띠로 허옇게 뒤덮였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적조 피해가 바다 환경오염으로 번지고 있다. 적조가 기승을 부리면서 폐사한 물고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이를 퍼 올릴 장비가 부족해 고기들이 바다에서 그대로 썩어가고 있는 것.

 현재 가장 적조 피해가 심한 통영시는 크레인 5대와 덤프트럭을 동원해 물고기를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태부족인 실정이다. 산양읍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오윤석(40) 천보수산 사장은 “78개 모든 가두리양식장에서 참돔·쥐치가 몰사했다”며 “장비 부족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겨우 6개 가두리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역시 통영에서 양식을 하는 유국관(68)씨는 “폐사 어류로 인한 2차 오염이 더 심해지면 이곳 바다에서는 양식업을 영영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통영시 어업진흥과 김영민 담당은 “현 장비로는 죽은 물고기들을 그때그때 거둬들일 수 없어 29일 군부대에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적조 피해가 처음 발생한 이달 20일부터 지난 29일까지 집계된 양식 물고기 폐사 피해는 1310만 마리 86억원어치에 이른다. 전부 경상남도에서 나왔고, 또 그 대부분이 통영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집계는 건져내 뭍으로 가져온 물고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손을 쓰지 못해 가두리양식장에서 썩어가는 물고기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는 그 몇 배에 이를 것이라는 게 양식 어민들의 주장이다. 어민들은 “피해 조사와 수거가 마무리되면 피해액이 수백억원은 될 것”이라며 “통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군에서 장비 협조를 받아 죽은 물고기 수거에 속도를 올린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육지에서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피해 초기에는 통영과 전남 여수지역 비료공장에 거둬들인 물고기를 넘겼으나 벌써 처리용량이 포화됐다. 통영시가 부랴부랴 매립지를 구하기는 했다. 그러나 적조 피해가 확산되고 수거작업에 속도가 붙으면 이마저 곧 가득 찰 수밖에 없다. 김영민 담당은 “매립지를 더 확보해야 하나 악취 때문에 인근 주민 반대가 심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적조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풍을 타고 적조가 남해안으로 계속 몰려오고 있어서다. 현재는 경북 포항 앞바다까지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올해 남해안 일대를 뒤덮은 적조는 과거보다 훨씬 강한 활동성과 적응력을 보여 주고 있다.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종전 적조는 한낮에 수온이 섭씨 24도 이상일 때만 활동을 했으나 이번 적조는 야간에 수온 20도에서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엔 적조가 바다 표면에 주로 떠 있었던 반면 올해에는 수심 10m 아래 깊은 물까지 퍼진 상황이다. 손 차관은 “현재로서는 황토를 뿌리는 게 유일한 대책으로 보인다”며 “경남·전남도에 황토 살포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통영=황선윤 기자, 세종=최선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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