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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타국의 「성개방」 얘기를 섣불리 꾸어다 낼 수는 없다. 가령 「덴마크」의 법규는 15세 이하의 소년소녀만이 음란죄의 처벌대상이 된다. 16세부터는 그러니까 모든 「스캔들」에서 자유롭다. 누가 무얼하든 관계 않는 것이다.
우리네 상식으론 생각조차 못할 일들이다. 「덴마크」라면 온순하고 독실한 「크리스천」의 나라이다. 만일 누가 「덴마크」의 본을 뜨라고 외친다면 우리 사회에선 백안시 당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법도나 문화 의식은 그 나라와 거리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 있는 사례가 있다. 「덴마크」에서 「섹스」에 관한 도서출판을 금지하던 법률이 폐지되고 나서 성범죄는 무려 25%나 줄었다. 성범죄를 도발하는 것은 『성의 자유』가 아니라, 바로 『성의 금지』에 있었다는 「아이러니」이다.
그렇다고 북구의 여러 나라가 『「소돔」과 「고모라」」판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미화되고, 순화된 「섹스」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이냐, 외설이냐』하는 문제는 어느 나라나 골칫거리이다. 대개의 매듭은 그러나 「섹스」를 부정하는 쪽이 아니라, 긍정하는 쪽에서 지어진다. 정말 외설스러운 예술로 치면 「D·H·로렌스」작의 『「채털리」부인의 사랑』이라는 소설을 당할 것이 없다. 구절, 구절이 쾌락과 만족과 염화로 젖어있다. 괴어들이 곳곳에 버젓이 출몰한다. 「퍼크」(fuck)라는 상소리가 무려 13회. 치부에 관한 노골적인 표현이 적어도 14회-. 숨김도 자제도 없다. 되는대로 지껄이고 행동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법연에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어떤 나라는 문재의 괴어를 고운말(?)로 고치는 정도에서 해결이 나기도 했다.
최근 P모씨의 작품이 법정에서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제 1심이니까, 결말은 더 두고 보아야한다. 또 그 판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법의 존엄도 우리는 인정한다.
다만 이런 문제가 하나의 판례로 남을 때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파우를 얼른 벗어버릴 수가 없다. 예술의 자유, 창작성, 그리고 가치는 법조문을 넘는 위치에서 운위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치 여자의 순결처럼 함부로 범할 수 없는 문제로 묶여있다. 한 그루 수목의 지엽을 보면서 그 숲의 전경을 보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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