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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한몫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자고나면 밤사이 올라 뛰는 땅값에 벼락부자가 생겨났는가 하면, 피엑스 물자의 넘겨치기를 잘 해서 한몫 단단히 본 보따리 장사가 금세 사장자리에 올라앉았다. 『한번 잡아보자』는 일확천금의 열풍은 60년대를 통해 고무풍선 같은 부푼 풍조를 띄워 놓았다.
서울의 땅값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던 4년전. 서대문구 성산동 벌판이나 말죽거리 벌판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열전이 붙었다.
일요일엔 땅을 사러오는 문안사람들로 흡사 골드·러쉬 A씨 조차 말죽거리 땅값이 뛸 것이라는 소문에 돌발 1백평에 저축한 돈 10만원을 고스란히 묻었다. 땅값은 1년도 못해 배로 불어났다. 2만원짜리 월급장이 A씨가 던진 주사위는 운 좋게도 3년 동안 벌어 들여야할 원금을 한꺼번에 안겨준 셈이어서 동료들은 『머리 잘 쓰는 사람』이라고 부러워들 했다.
이같은 부동산 투자는 도시계획선이 새로 그어질 때마다 붐을 이루었다. 그때마다 한몫 잡자는 투기성이나 사행심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갔다. 한심스럽게도 일부시정 당국은 『기업행정』이랍시고 스스로 장삿속을 차리는 일마저 거리끼지 않았다. 작년가을 구로동 무역박람회 때는 아우성이 났었다. 박람회 구경은 오히려 뒷전이고 복권을 사려는 인파로 회장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하루 5만장의 복권이 2시간도 못되어 몽땅 팔렸다.
J고교생이 맨 첫 번째로 1백만원의 복권을 뽑았다는 보도가 있자 일부 고교생들은 떼를 지어 복권판매장으로 달려간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푼돈으로 『한번 잡아보자』는 서민들의 사행심은 작게는 극장복권에서 주택복권에 이르기까지 투영돼 있었다.
사행심은 지나쳐 도박으로 한밑천 잡자는 풍조도 눈에 띄었다. 64년도 화제가 됐던 김모 여배우들의 「도리짓고땡이」는 이미 구식. 나일론·뽕 「섰다」 「고·스톱」을 거쳐 「월남·뽕」에 이르기까지 도시고 농촌이고 가릴 것 없이 예사로 도박이 판을 쳤다. K시 시장부인 Y여사는 날마다 기관장 부인들과 어울려 「손금」보는게 버릇이 되었다. 그러던 지난여름 갑자기 경찰의 기습을 받아 『누가 감히 안방 문을 여느냐』고 큰소리쳐 봤으나 끝내는 『제발 남편 이름은 묻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계놀이에 못지 않은 여인네들의 「손금보기」는 만만치 않은 안방의 도박성향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루 판돈이 최고 8천7백만원에 이르렀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비밀 포커 사건은 도박성향의 극치. 자칭 포커왕 L씨는 판자리에 들이닥친 검사의 쇠고랑을 차며 『1억5천만원 짜리 「황금의 팔」이 쇠고랑을 차는군』하며 빈정거렸다는 얘기도 새어나왔다.
이런 판에서 모 증권회사사장은 석달동안에 4천만원 짜리 저택, 대지 10만평을 날리고 셋방살이를 하는가 하면 모 제약회사사장 K씨 4천만원의 부도를 내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당국의 단속이 그처럼 심해도 부산 앞바다를 무대로 하는 특공대는 연말 대가 되면 으레 기를 쓰고 현해탄을 들랑거린다. 『아홉번 들켰다가도 한번만 「아다리」되면 본전을 뽑는다』는 도박성향 때문에 지금까지도 「루트」근절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규모 조직을 가지고 가짜 화장품을 만들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얌체족들의 솜씨도 따지고 본면 도박성이나 다를바 없다. 이같은 풍조는 근면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기업정신을 욕되게 할뿐만 아니라 생산의욕을 흐리게 하는 독소를 풍기고 있다.
부신업체가 분수에 맞지도 않는 외화를 꾸어대어 허덕거리다가 파산하는 경우도 『한번 잡아 보자』는 도박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월남에 가서 『한몫잡자』는 일부 「어글리·코리언」의 파월「붐」도 사행심의 예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든지 돈만 벌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은 이제는 버려야할 60년대의 폐풍이다.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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