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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워싱턴서 … 내일 '정전 60년' 역대 최대 규모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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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료 : 보훈처]

6·25전쟁에서 유엔군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이 이제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무역 규모 8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참전용사와 유엔 참전국이 있었기 때문일 터.

 이들에 대한 예우의 표시로 국가보훈처는 27일 정부 차원의 첫 공식 감사행사를 개최한다. ‘함께 지켜온 60년, 함께 나아갈 60년’이라는 주제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존 키 뉴질랜드 총리를 비롯한 9개국 장관급 인사 등 6·25 전쟁 참전국 주요 인사와 참전용사 4000여명이 참석한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유엔군의 참전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 유엔군 파병에 기여한 트리그브 할브란 리 초대 유엔 사무총장의 증손자 등도 이날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매년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제정하는 내용의 참전유공자 예우와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날 행사의 의의를 더욱 높이고 있다.

 27일 당일 워싱턴DC 한국전 기념공원에서도 한·미 양국 정부가 주관하는 대형 기념행사가 열린다. 양국 정부가 정전 60주년 맞이 대형 기념 행사를 개최하는 데에는 이날이 한국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올해가 한국과 미국이 동맹을 맺은 지 6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 한인 예술가의 공연과 참전 군인들의 영상 상영으로 시작되는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진행될 예정.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며 한국 측에선 안호영 주미대사와 국가보훈처장이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일반인들도 참석할 수 있는 공개 행사인 데다 한국전 참전용사 약 3000명 및 한인과 미국인 7000~8000명이 함께할 것으로 추정돼 대대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기념재단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행사를 실시한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이 정전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기념사업은 공연, 전시, 방송, 출판, 문화운동 등 그 분야가 다양하다.

 먼저 정전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공연사업은 ‘UN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음악회’. 26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오후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음악회는 정전 60주년 정부 행사의 전야제로, 정부 공식행사로 승인받은 행사다. 참전 21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과 국내 정상급 연주자가 모여 22개국의 연합 교향악단으로 탄생한 이 평화음악회에는 21개국에서 온 참전용사와 가족 300명, 한국참전용사 대표들이 참석한다. 오는 30일에는 부산문화회관도 찾을 예정이다.

 ‘미술대전-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도 정전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전시사업. ‘미술대전-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우리 분단 현실을 돌아보고 민족 간 화합과 궁극의 화해 및 평화를 고대하기 위해 열리는 예술 작품 전시회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OCI미술관에서 오는 28일까지 만날 수 있다.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은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전시회. 지난 1954년 5월 25일 베트남서 지뢰를 밟고 사망하며 남긴 마지막 유작 ‘군인들의 뒷모습’으로 더욱 명성을 떨치게 된 로버트 카파의 작품들은 내달 2일부터 88일 간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 순례 행사도 시행된다. ‘DMZ 155마일 평화대장정’은 엄홍길휴먼재단과 공동주최하는 정부 승인 공식행사로, 대학생 155명을 선발해 15박16일 동안 DMZ를 순례한다. 27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되는 행사의 도착점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참전국과의 교류를 위한 ‘해군순양함대와 참전국 방문’ 행사도 추진된다. 해군순양함대와 함께 터키, 그리스, 태국 등 참전 3국을 방문해 해외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의 보은 행사를 가질 이 사업은 내달 28일 가장 먼저 터키를 찾는다. 9월 1일에는 그리스, 10월 중에는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오피니언 리더와 영 리더 중심의 전국 순회공연 ‘평화통일콘서트’이 정전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문화 운동 사업.

 KBS와 터키 방송사 TRT가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 ‘내 기억 속의 전쟁-앙카라 학교’도 정전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방송 사업으로 확정됐다. ‘내 기억 속의 전쟁-앙카라 학교’는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를 둔 부라크 카라쿠르트가 터키에서의 변호사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6·25전쟁의 기억을 수집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지난 13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됐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펴낸 전향 빨치산의 문집도 한국전쟁기념재단 정전60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의 출판 사업 중 하나. 한국전쟁 시 광주포로수용소에 있던 빨치산 100여 명의 전향을 기록한 이 책의 이름은 ‘지리산 빨치산의 참회록’. 전향한 지리산 빨치산 출신자들의 생생한 고백과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 등이 담겨 있다. 이춘구 KBS 기자가 편집 저술했다.

 정전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전 60주년 기념사업은 올해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식 아래 시작된 일”이라며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는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중단된 상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혜 객원기자 (ppar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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