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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공헌활동, 소비자 구매에 영향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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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학생 송시내(25)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A사 제품으로 바꿨다. 이 회사가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을 대학생 멘토와 연결해 교육양극화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송씨는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된 뒤 A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졌고 휴대전화 교체 때도 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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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풍물시장 상인 최용규(59)씨는 최근 이동통신 가입 회사를 B사로 바꿨다. B사에서 ‘IT 서포터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상거래에 관해 방문 교육을 해 준 덕에 장부에 거래내역을 기입하던 신세를 면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판로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최씨는 “생업에 도움을 준 데 대한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어 가입사를 바꿨다”고 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이 이처럼 기업 이미지·선호도·신뢰도뿐 아니라 소비자 구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이 최근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2%가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는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5.7%가 ‘사회공헌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특히 ‘조금 비싸더라도 윤리적인 기업,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답도 절반 이상(54.3%)에 달했다.

 CSR은 기업 이미지·선호도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6.5%가 ‘사회공헌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좋게 느껴진다’고 답했고,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을 더 선호한다’는 답도 81.4%나 됐다. 방송대 경제학과 김기원 교수는 “한국 사회가 선진국형 경제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소위 ‘착한 기업’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를 단순히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기여활동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선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실제 CSR에 공을 들이는 데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지난해 펴낸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투자액은 3조1000억원으로 2005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기업당 투자 금액도 매출 대비 평균 0.24%로 미국(0.11%), 일본(0.09%) 등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설문에서 ‘국내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6%, ‘사회공헌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권일융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CSR 역사가 길지 않은 데다 기업을 둘러싼 부정적 이슈들이 자주 부각되면서 CSR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또 거액 기부보다 소비자 참여가 가능한 사회공헌활동에 더 관심을 갖는 것(62.7%)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향후 CSR 중에서도 소비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경영) 부문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환경·인권·소비자·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폭넓은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개념.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주창됐으며 2001년 미국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을 계기로 일반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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