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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희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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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주월한국군사 참모들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사령관전용기 U-21기가 해발5백m의 「봉치우」산에 충돌, 영관급 장교8명이 모두 전사했다. 이들은 대부분이 6·25참전용사들이다. 어언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조국에 현신해왔다. 3명의 대령중엔 동난 당시 소대장으로 역전한사람도있다.
이들의 생애는 마치 파란만장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하루도 화예내와 멀리한적이 없었다. 48년의 여순반난사건, 49년의 웅진전투, 50년6월25일엔 개성전투에, 그리고 평분에 입성. 그러나 이들의 군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않았다.
빙하의 전선에서 일진일퇴 이들은 야영지가 고향이요, 포성이 정다운 대화였다. 그리고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은것이다.
우리의 군대에선 지금 영관급의 장교들이 제일 관록이 의젓하다. 한국동난의 풍운을 거쳐. 또 다시 월남에서 그들은 현대전에 맞부닥쳐있다.
한국전은 전략상 2차대전의 전술이 거의 그대로 적용된 전장터였다. B-29기가 큰역할을 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월남전은 『미묘한 국제정치적분위기』는 그만두고라도 현대전의 양상을 그대로 만끽할수있을 것이다. 비록 핵전쟁은 아닐지라도 온갖 신예무기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알수 있다.
바로 그 전쟁에서 단련을 쌓고있는 중추장교들이 이들 영관급이다. 그들은 장차 우리국탁의 맹장들이 월거목의 뿌리를 갖고 있는것이다. 이들을 잃은 우리의 손실은 실로 말할수없다. 「맥아더」장군은 한국전쟁에서 병사들의 안부를 누구보다 궁금히 여겼었다.
『병기는 한시간에라도 만들수있지만, 한병사는 적어도20년의 시간이 걸려야 만들어진다.』 「맥아더」원수의 지륜이다. 하물며 한중견장교에 이르려서랴! 그들의 계급장은 20년위에라도 몇십년의 시간이 합계되어있다. 그것도 피와땀과 강인한 생명력에 절은 설귀한 시문들의 몇십년!
이번 사고의 교훈은 또 「장비강화」이다. 사령관의 전용기가 바로 추락한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악천후의 불가항력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천후라도 정밀하게 「체크」할수 있는시설과 장비가 있어야할 것이다.
현대전에 대비하는 길은 군사의 현대화뿐아니라 장비의 현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슬픔과 충격에서 깨어나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남긴 교훈을 새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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