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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교 순위 뜯어보기] 수학·과학 등 특화한 '매그닛 스쿨'이 상위권 휩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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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명문 사립학교에 가야 아이비리그 등 미 명문대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공립학교 가운데도 뛰어난 진학 실적을 보이는 우수 학교가 많다. 미국 내 여러 언론매체가 발표한 미 우수 공립학교 100위권 내 학교 상당수는 SAT(미 대학 입학시험, 2400점 만점) 평균점수가 1900~2200점대다. 명문 사립학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아이비리그 8곳을 비롯해 MIT·스탠퍼드 등 10개 명문대에 졸업생을 대거 진학시키는 명문 사립학교 졸업생의 SAT 평균 점수가 2000~2200점 정도니 말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공립고교를 소개한다

미국 언론매체 더 데일리 비스트와 뉴스위크는 매년 미국 우수 공립고교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까지는 1000개를 발표했지만 올 5월엔 2000여 개로 확대했다. 졸업률과 대학 진학률, 학생당 AP(대학 선이수제, 과목별 5점 만점) 신청 수와 평균점수, SAT 평균 점수 등 각종 학력 기준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세계대학평가로 유명한 US 뉴스&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도 올 4월 이와 비슷한 기준으로 공립고교 상위 100위를 선정, 발표했다.

 우선 뉴스위크 순위에선 켄터키주 볼링 그린(Bowling Green)에 있는 캐럴 마틴 개톤 아카데미(Carol Martin Gatton Academy of Mathematics and Science in Kentucky)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1위였다. 이 학교 졸업생은 100%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SAT 평균점수는 2070점, AP 평균점수는 4.5점이었다. 뉴욕에 있는 대입전문학원 뉴욕아카데미 최병인 원장은 “명문 사립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실제로 미 100위권 내 공립고교는 웬만한 사립학교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뉴스위크 100위 리스트에 턱걸이로 오른 캘리포니아주 샌 라몬(San Ramon)에 있는 도허티 밸리(Dougherty Valley High School) 역시 졸업생 모두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또 SAT 평균점수는 1765점, AP 평균점수는 4점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US 뉴스&월드 리포트 순위에선 텍사스주 댈러스(Dallas)의 더 스쿨 포 더 탤런티드 앤드 기프티드 매그닛(The School for the Talented and Gifted Magnet High School)이 1위였다. 뉴스위크 순위에선 5위에 오른 학교로, 교사 대 학생 비율이 1대 14일 만큼 수준 높은 학업 환경을 자랑한다.

 두 순위 모두 상위권은 영재학교인 매그닛(Magnet) 스쿨 차지였다. 매그닛 스쿨은 수학·과학·예술·기술 등 특정 분야에 초점을 두고 특화한 교육을 제공하는 영재학교인데, 공립학교지만 대부분 별도의 선발 시험을 치른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학고와 같은 특수목적고라고 할 수 있다. 뉴스위크 순위 상위 10개교 중 7곳이 매그닛 스쿨이었다. 5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28개, 100위권 내에선 44개 학교가 매그닛 스쿨이었다.

 미 교육계에 39년째 몸 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3가 초등학교(The Third Street School) 수지 오 교장은 “미국에선 매그닛 스쿨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며 “우수 학생은 모두 매그닛 스쿨에 입학하고 싶어할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일반 공립고교도 상당수 있었다. 순위권 100개 중 43개가 일반 공립고교다. 뉴스위크 순위 100개 학교 중 나머지 13개 학교는 차터(Charter) 스쿨이었다. 차터 스쿨은 각 주 교육부 인가를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학교 운영권을 위임받아 사립학교처럼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운영하는 공립학교다. 외형은 무료로 다니는 공립학교지만 사립학교와 비슷하다. 거주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고, 선착순 또는 추첨 방식으로 뽑는다. 매그닛 스쿨과 달리 무시험 입학이다.

 이번 상위권 순위를 보면 우수 학교가 뉴욕·텍사스·캘리포니아·플로리다·뉴저지·애리조나 6개 주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뉴스위크 순위에선 뉴욕주가 18개 학교로 주별 순위 1위였고, 텍사스주(13개), 플로리다주(11개), 캘리포니아주(10개), 뉴저지주(7개), 애리조나주(4개)가 뒤를 이었다. 100개 학교 중 63개 학교가 이들 6개 주에 쏠려 있는 셈이다.

 US 뉴스&월드 리포트 순위에선 쏠림이 더 심하다. 무려 71개 학교가 6개 주에 몰려 있다. 뉴욕주 17개, 텍사스주 16개, 캘리포니아주 15개, 플로리다주 11개, 애리조나주 7개, 뉴저지주가 5개다. 최 원장은 “뉴욕·캘리포니아·뉴저지주는 한인 밀집지역”이라며 “미국에선 교육열 높은 아시안·백인계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지역의 학력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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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우수 학교가 어디인지 알아보려면 미 연방 교육국이 선정하는 블루리본상(National Blue Ribbon) 수상 학교를 참고하는 게 좋다. 이 상은 미 연방 교육국이 각 주로부터 추천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매년 10월쯤 공립과 사립을 통틀어 우수 초·중·고교에 수여한다. 각 주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거나 재학생 중 40% 이상이 빈곤층에 속함에도 최근 5년간 높은 학업성취도 향상을 보인 학교에 준다. 수지 오 교장은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교육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이 상의 수여 여부가 상위권 학교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건 또 무슨 얘기일까. 이 상을 받기 위해선 우선 학교가 심사를 받겠다고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미 학생들이 몰릴 정도로 유명한 학교는 필요성을 못 느껴 아예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지 오 교장은 “수상 여부를 참고하되 각 주 교육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해당 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소수계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 특별 프로그램을 반드시 확인해 보라”고 조언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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