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중학 폐쇄정책의 일부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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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22일 70학년도부터 무시험 진학제를 실시키로된 전국10대 도시중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도시의 소위 「지방일류중학」폐쇄방침을 변경, 그 교명만을 바꾸게 하여 그대로 존치케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교부는 그 이유로서 중학수용능력의 부족을 들고, 교명변경만으로써도 소위 일류중학을 에워싼 폐단을 일소할수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먼저 당국이 뒤늦게 일부지역에 한한 범위에서나마 역사와 전통에서의 단절을 강행하려던 문교시책을 버린것을 다행한일로 생각한다. 즉 부산의 경남중·부산중·경남여중·부산여중, 대구의 경북중·경북여중, 인천의 인천중, 광주의 광주서중·전남여중, 전주의전주북중·전주여중, 대전의 대전중등이 이에 해당하는것이다.
무시험추천에 의한 중학자동진학제의 부산물격인 소위 일류중학의 폐쇄정책에 대해서는 본란이 이미 누차 그부당성을 지적한바 있으므로, 여기서 중언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나, 그 이유는 재정의 낭비,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분의 사실상 결여, 교육효과면에서의 경쟁동기라는 유인무시 기술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상 가장 중요시 해야할 역사적전통의 가치를 불필요하고 불합리하게 말살하려드는 문교시책이 본질적으로 비교육적이라는 관점에 우리는 서 있기때문이었다. 당국의 이번 조처만 하더라도 그것은 본란이 주장해온 소위 일류중학폐쇄정책의 전면적포기를 뜻하는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이번의 문교부결정에대해서도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지않을수 없는 것이다.
전국 20대도시에서의 중학무시험진학제를 위해서는 신설학교의 교지·교사확보를 위해서만도 최소한 20억원의 신규재원이 필요한바, 이 재원염출이 현재 벽에 부딪치고 있는것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따라서 교육재정의 절약을 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서울의 용산중·경동중·창덕여중등 공립중학교와 보성·중앙·숙명·진명등 사립중학교의 폐지방침은 철회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다음으로 추천에 의한 기계적인 학교배정을 핵심으로 하는 무시험진학제를 실시하는 한에있어, 이른바 「일류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파생된 각종 폐단은 사실상 존재치 않게 되었을뿐 아니라, 이들 학교가 계속 학생모집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교육적·재정적·정치적핵과는 막대한 것이 있다고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교적 우수한 기존시설을 활용할수 있을뿐 아니라, 이들 일류학교의 존재가 그 학교나 그 밖의 다른 학교에 함께 경쟁적 유인을 줌으로써 교육효과면에서도 커다란 「플러스」가될수 있다는것은 이미 서울시내소재학교들에 있어서의 교육적 성취도측정으로써 역력히 입증된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끝으로 특히 강조해야할것은 소위 일류학교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전통의 가치가 교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맑은 사회정의와 순수한 지적 탐구심의 원천으로서 국민의 심성 가운데 작용할 막중한 영향력을 결코 과소평가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국은 부질없는 체면치레를 버리고, 이번 정책변경의 용단을 기정된 서울시내의 「일류학교 폐쇄방침」포기로까지 확대할 것을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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