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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보호 못 받는데 부가세도 임차인이 내라고?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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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지난달 21일 자 중앙일보 경제 8면에 ‘상가 세입자 74%, 임대차 보호 못 받아’ 기사가 보도된 후 많은 독자들이 전화 혹은 이메일로 기자에게 고마움과 궁금증을 전하고 있다.

답답한 상가 세입자의 고충을 헤아려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정말 보호받을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상가 주인이 멀쩡한 건물을 재건축한다는 핑계로 1년 반 만에 가게를 비우라고 했다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하고, 가게에 압류가 들어왔는데 보증금을 찾을 방법이 없다고 울먹이는 독자도 있었다.

그 중 특히 안타까운 사연은 A씨였다. 한 상가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대해 모르거나 알아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A씨는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꼼꼼하게 관련 법규를 살폈고 보호법의 기준인 환산보증금(월세×100+보증금)이 3억원(서울)을 넘으면 임대차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A씨는 임대차계약을 하며 보증금 5000만원, 월 240만원으로 조절해 환산보증금을 2억9000만원으로 맞췄다. 3년간 장사를 해 온 A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시련을 맞았다. 상가 주인이 월세를 20% 올려주거나 가게를 비우라고 요구한 것이다.

보호법에 따르면 월세를 9% 이상 올릴 수 없다고 대응했지만 A씨는 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주인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일반적인 계산으로 A씨의 환산보증금은 보호법 적용 기준인 3억원을 넘지 않지만 부가가치세(10%)를 포함하면 3억1900만원이 된다.

A씨는 그간 부가가치세를 내면서도 왜 세입자가 내야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더구나 환산보증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는 것은 도통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부가가치세도 세입자 임대료로 포함

기자도 언뜻 이해가 안되는 상황에 법제처와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에 문의를 했다. 결론은 A씨는 보호법의 적용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은 정확히 상가건물이다. 상식적으로 상가건물의 소유주인 상가주인이 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가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일반과세자다.

부가가치세를 꼭 상가주인이 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관행적으로 세입자가 내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가 낸 부가가치세는 상가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면 환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부가가치세를 낸 이상 이것도 임대료에 포함된다. 즉, A씨의 월세는 주인에게 주는 260만원이 아니라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286만원이 되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환산보증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를 임차인의 부담으로 간주해 환산보증금에 부가가치세도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가 2002년부터 영세한 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보호법. 보호법 시행 후 두 번 조정이 있었지만 11년간 보호법 적용 기준인 환산보증금은 서울의 경우 2005년(2억6000만원) 이후 현재(3억원)까지 환산보증금이 13%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가 임대료는 38% 뛰었는데 말이다.

‘현실과 동 떨어진’ 내용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세입자를 울리더니 부가가치세로 세입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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