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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술어의 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모든 전문기술에는 그 방면의전문가들끼리만 알아 듣는「자아곤」(상투어)이라는것이 있다.
「스포츠」라는 것도 전문기니까 그 나름의 「자건」이 있다.
그래서 그 「자건」을 모르면, 가령 어제 있었던 한-일축구경기는 나무아미다불이다.
축구 「자건」은 한국어하고 뒤범벅이된 국적줄명의 제삼국어로 되어있다.
「좌증간」 「우중간」 「밀집방어」하는 것이 우리말 「자건」인데, 어제경기중계를 듣고 놀란것은 「제공권」 이라는 희한한 말이다.
「제공권」의 「공」이 차는 공인지, 전략폭격기가 나는 대공인지 분명치 않지만, 하여간 축구도 바야흐로 우주시대에 돌입한 느낌이다.
제삼국어 「자건」은 웬만한 외국어천재로는 짐작조차 가지않는 일유의 비술언어.
「킥업」란 것으로 엄숙히 시작되는 축구라는 경기는 「볼」을 「킥」하거나「슛」해서 대체로는 사나운 꼴로「골」을 얻어서 이기고지고하는 놀음이다.
그「볼」을 「컨트롤」할 때가 있고,「볼」을 「컨트롤」하다가 「미스」하는수도있다.
「페인트」칠이 아니라 「모션」을 쓰다가 「커버」로 주고 받고, 기회를 보아 강 「슛」하라는것을 시도하면 대개는 「골·키퍼」또는 「골·키프」라는 이름의 「센스」가 좋은청년이 척 받아 안고 넘어진다.
「대쉬」하다 보면 「부성」이니, 「푸싱」이니 하는 짓궂은 장난으로「파울」.
빈번히 「드로잉」이라는 공던지기를 하는데, 「드로-인」 이라고 해설되는 경우가 있어서 필경은 「드로」과는 다른 것이려니 하고 안타까와 할 밖에 없다.
「센러링」이있고 ,「센터-링」이라는 것이 또 따로 있는 듯한사정도 그렇다.
한가지 영어를 배워온 사람이 흐뭇하게 느낄 수있는 것은 「롱킥」과「룽슛」이라는「자건」이다.
이때의「농」은잘못이라는 뜻의 영어임이 분명한데, 그것은 그것을 해서 제대로 체면아닌「골」을 얻는일이 적어도 어제 경기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땅 볼」 「강 슛」이 가능하다면,「긴 킥」「긴 슛」하면되지 않을까.
축구의「롤」이나 진미를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고 할지 모르지만, 여기에 외래어수용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덮어두고라도 「프리킥」이니,「드루파스」니 하는 매약이름같은 말이 축구용어로, 전세계 축구인구에게 술술 통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것은 일본하고 비긴 분풀이가 아니고, 좀 차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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