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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실체 보여주는 비디오테이프 대량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NN이 입수한 테이프에서 오사마 빈 라덴(가운데)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모습이 보인다.
CNN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 조직의 모습을 담은 대량의 영상 자료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점 입수했다. 이 영상 자료에는 개를 대상으로 한 화학가스 실험 장면과 폭발물 제조 교육 및 테러리스트 전술 훈련 장면, 그리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고위급 참모진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길게는 10년도 더된 64개의 비디오 테이프로 이루어진 이 영상 자료집은 알 카에다의 계획과 전술,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거의 모든 비디오 테이프들이 지난해 9월 11일 이전에 녹화된 것이지만, 한 개의 테이프에는 뉴욕과 워싱턴 테러 공격 당시 CNN 보도를 포함한 TV뉴스 보도 내용이 일부 담겨있다.

CNN은 지난 9·11 테러 공격 이후 미 의회와, 유엔(UN), 호주 의회에 출석한 바 있는 알 카에다 전문가 로한 구나라트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에게 이 테이프를 공개했다. 책 '알 카에다의 내부'를 저술한 구나라트나는 이 테러 조직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한 바 있으며 이미 2백여 편 이상의 알 카에다 관련 비디오 테이프들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번에 CNN이 입수한 테이프들은 그도 아직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들로서, 구나라트나는 이 테이프들이 알 카에다 고위급 지도자들만을 위해 제작된 것이라 보고 있다.

구나라트나는 "이 자료집에는 알 카에다 조직 자체 내에서 사안별로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들이 포함돼있다"며, "오사마 빈 라덴은 외국 언론과 인터뷰 할 때면 항상 자기 쪽에서도 카메라맨을 대동했다. 이 테이프들은 이들을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테이프들은 다른 곳에서 정리한 것이 아닌 알 카에다 조직 스스로 자신들의 역사를 담은 것으로 이 자체가 알 카에다의 자료집이자, 오사마 빈 라덴의 개인 기록실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테이프들은 닉 로버트슨 CNN 국제선임특파원이 카불을 출발해 전란에 상처 입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외딴 지역까지 17시간 가량 위험한 자동차 여정을 거듭한 끝에 한 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것이다. 이 정보원에 따르면 테이프들은 빈 라덴이 기거했던 아프가니스탄의 한 가옥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이 테이프들의 일부는 테러리스트 훈련을 위한 영상 교본으로 과거에 공개됐던 알카에다 홍보용 비디오와는 내용상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3시간 분량의 한 테이프에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정제된 TNT 폭약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폭파 기술까지의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CNN과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이 같이 많은 정보들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은 테러 조직은 지금껏 처음 본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이 자료들이 모두 빈 라덴의 개인 서고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를 통해 빈 라덴 자신과 그의 개인 경호 체계에 대한 정보를 엿볼 수 있다.

테이프에는 빈 라덴을 수행한 경호원들이 미국을 상대로 한 새로운 '지하드'를 선포하며 하늘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장면은 9·11 테러 공격이 있기 3년 전에 촬영된 것이다.

이 비디오 자료집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 중 하나는 개 3마리를 대상으로 한 독가스 실험을 담은 것이다. 이 끔찍한 영상은 무방비 상태의 짐승이 우리에 갇힌 채 죽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시 미 행정부의 무기문제 전문가인 한 관리는 이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와 관련 "매우 곤혹스럽다"며 개를 대상으로 한 알 카에다의 화학 가스 실험은 인간을 대상으로도 이 같은 가스 무기를 획득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리는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 조직이 이런 (화학 무기 사용) 능력을 가졌다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테이프는 그가 이 같은 능력을 일부 지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테이프의 내용을 검토해 볼 때 "이들이 일정 수준의 정교한 (개발) 단계까지 다다랐으며 결과물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비디오 장면에는 아프가니스탄 양식의 샌들을 신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일군의 남자들이 개 한 마리를 가둬둔 채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어 울타리 좌측에서 연기를 내뿜는 하얀색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얼마 안가 이 개는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

CNN의 공개로 이 이 테이프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 실험에서 어떤 화약 약품이 쓰인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아주 강력한 화학 무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테이프 중 하나에는 개를 대상으로 한 독가스 실험 장면이 담겨있다.
화학무기 및 무기 감축 전문가로 미 정부에 자문을 하고 있는 존 길버트는 "이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알 카에다의 기술수준 및 이들이 사용 가능한 화학 무기 생산에 얼마만큼 근접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 테이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험 및 시범을 되풀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들이 분명 치명적인 화학 무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지 몇 달 후 알 카에다가 화학무기 및 대량 파괴 무기를 획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알 카에다가 이러한 무기를 개발 또는 획득했다는 증거가 테이프를 통해 밝혀진 바 없다.

지난해 가을 CNN이 검토한 알 카에다 문서에는 치명적인 화학 무기인 사린가스의 제조 공식이 담겨 있었다. 또한 알 카에다로부터 테러 훈련을 받은 뒤 로스앤젤레스 국제 공항에 폭탄을 밀반입하려다가 체포된 아메드 레삼은 법정에서 개를 죽이기 위한 청산가리 사용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CNN이 입수한 이 테이프에 담긴 개의 사망 장면을 검토한 정보 소식통들은 이 치명적인 화학 무기 실험이 아프가니스탄 변두리에 위치한 다룬타 캠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들에 따르면 과거에도 다룬타 캠프를 촬영한 위성 사진에서 죽은 개들의 모습이 잡혔다고 한다.

이 소식통들은 아직까지 이 테이프들의 대부분이 어떤 정보 당국에도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ATLANT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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