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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경제 힘 빠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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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경제의 기관차이자 창장(長江)경제권의 핵심을 자부하던 상하이가 요즘 풀이 죽었다. 지난해 성장률과 수출.외국인 투자 실적 등이 가까운 화둥(華東)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처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상하이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9%를 기록해 화둥지방의 다른 성(省)보다 낮았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금이 실제로 집행된 규모는 12.2%밖에 늘지 않아 전국 평균보다 저조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산업은 증시침체와 주가하락으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난해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자기(磁氣)부상열차의 시험운행▶2010년 세계무역박람회 유치▶유니버설 테마파크 건설계약 등 경사가 잇따랐던 상하이로선 뜻밖의 결과다.

반면 상하이의 북쪽에 맞닿은 장쑤(江蘇)성은 GDP성장률이 11.5%였으나 외자 이용 규모가 무려 1백3%나 급증했고, 남쪽에 있는 저장(浙江)성도 비슷한 성적을 냈다.

경제전문가들은 "상하이의 임금.임대료.생활비용 등 각종 비즈니스 비용이 뜀박질하자 외국기업들이 다른 곳을 찾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예컨대 상하이의 일반 사무원 월급은 2천~3천위안(元.약 29만~43만5천원)으로 올라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선전(深)보다 더 높다. 시내 중심가인 진마오(金茂)빌딩 등 노른자위 자리의 임대료는 홍콩의 다운타운과 맞먹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 바람에 상하이가 겉모습만 뉴욕.런던처럼 바뀌었을 뿐 시스템이나 관리능력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경쟁력이 한참 떨어져 기업을 하기에 힘든 곳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상하이와 가깝고 기업활동의 비용이 싸게 먹히는 항저우(杭州).쑤저우(蘇州)등 주변 도시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게 됐다는 것이다.

항저우의 진성산(金勝山)부시장은 "갈수록 많은 외국기업이 투자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정부에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천량위(陳良宇) 시당위 서기는 "앞으로의 발전은 첨단 과학기술의 개발과 산업.경제의 구조조정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제조업을 빼앗겨 불황의 늪에 빠진 홍콩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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