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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복제양 돌리 안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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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인 '복제양 돌리'가 진행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도축됐다.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소재 로슬린연구소는 14일 "수의학 검진 결과 폐질환이 확인됨에 따라 돌리를 안락사시켰다"고 발표했다.

돌리는 1996년 7월 5일 탄생, 이듬해 2월 23일에 탄생 사실이 공식 발표됐다.

성장한 동물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한 최초의 경우인 돌리는 생물학과 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기념비적 생명체로 꼽히는 동시에 복제에 대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돌리가 조기 사망한 점을 지적,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인간 복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든 체세포가 원인"=돌리는 올해 여섯살. 양의 수명이 보통 11~13년임을 고려하면 수명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셈이다.

로슬린연구소의 해리 그리핀 박사는 "돌리의 사인인 폐질환은 늙은 양, 특히 옥내에 수용된 양들에게 주로 나타난다"면서 "부검 결과 중대한 발견이 있을 경우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돌리 복제를 주도했던 이언 윌머트 박사는 "최근 연구소의 일부 보통 양들이 돌리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며 "병이 전염됐을 뿐이기 때문에 돌리의 죽음과 복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과학자들은 폐질환이 대개 늙은 양들에 나타나는 병임을 들어 '복제에 따른 조로(早老)현상'을 주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복제 동물은 태어난 지 24시간 안에 심장이나 폐.신장 이상으로 사망하며, 겉보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 좀더 오래 사는 동물들도 결국에는 갑자기 생명을 잃곤 했다.

이 때문에 "복제된 동물은 DNA 자체가 나이가 든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돌리를 탄생시킨 연구진은 99년 돌리의 체내 세포에서 늙은 동물들에 나타나는 노화 조짐을 발견했다. 6년 된 암양의 유전세포에서 유전정보를 추출, 핵 이식을 통해 탄생한 돌리는 2001년 비만증세를 보여 다른 양들과 격리돼 식이요법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왼쪽 뒷다리와 무릎에 관절염이 생기는 등 빠른 노화 증세를 보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돌리 이후 복제로 태어난 소.쥐.염소.돼지 등 다른 동물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오류(random errors)'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복제에 경종=돌리의 때이른 죽음은 최근의 복제인간 탄생 주장에도 심각한 논란을 부를 것이 확실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복제인간은 참혹하리만큼 단명하거나 중대한 장애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종교단체 '라엘리언 무브먼트' 산하 인간복제회사 클로네이드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지난달까지 총 3명의 인간복제 아기가 탄생했다고 주장해 왔다.

돌리의 죽음은 복제인간 또한 선천적으로 일찍 늙어죽을 가능성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시사하므로 윤리적.과학적 측면에서의 논란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96년 돌리의 탄생 작업에 참여했던 앨런 콜먼 박사는 "복제가 지니는 여러가지 위험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이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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