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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류 모든 것 갖춘 테마공원 … 독특한 이름의 1000여 개 장독대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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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뒤웅박고을의 얼굴인 장독대와 세종전통장류 박물관.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맛을 잊을 수 없어 전통장류테마파크인 뒤웅박고을을 만들었단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뒤웅박고을의 입구부터 절절한 사모곡은 시비(詩碑)에 새겨져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정갈하게 닦여진 어머니의 장독대를 둘러보는 눈이 뿌옇게 흐려지고 아련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세종시 전동면 청송리 운주산 기슭의 ‘뒤웅박고을’은 어머니·건강·자연을 주제로 조성된 전통 장류 테마공원이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이듬해 풍농을 위해 소중한 씨앗을 보관하던 뒤웅박. 하늘에서 내려다 본 뒤웅박고을의 지형 역시 뒤웅박 모양으로 운주산이 포근하게 감싸 안은 형상이라 한다. 4만2975㎡(1만3000평)의 부지 위에 1000여 개가 넘는 뒤웅박 장독대, 해담뜰 장독대, 팔도 장독대, 어머니 장독대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장독대는 장관을 이룬다.

 창업주인 손동욱 회장은 평생 장을 담그며 가족을 위해 정성을 쏟았던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잊지 못할 장맛의 그리움으로 10년 넘게 뒤웅박고을을 가꿔 왔다. 지난 2009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 뒤로도 어머니를 향한 효심은 뒤웅박고을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② 장향관 옆에 꾸며진 인공폭포.

 
뒤웅박고을의 입구에 들어서면 세종전통장류 박물관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전통장류와 관련된 모든 자료가 총망라된 곳이다. 전통장의 역사에서부터 장 만드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안내판에는 콩 삶기를 시작해 메주 만들기, 장 가르기와 숙성에 이르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기술돼 있다. 무엇보다 박물관 1층 중앙에는 1950년대에 창업주의 어머니가 담갔다는 씨간장이 실제로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종전통장류 박물관의 박형미(50) 학예사는 “박물관이 지난 3월에 개관해 아직 덜 알려졌지만 어르신들은 갖가지 장류 항아리를 보고 감회에 젖는 장소”라며 “어린 학생들에게 씨간장의 의미를 알려 주면 놀랍고 신기해한다. 전통장류 문화와 발효식품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③ 마을 입구의 조형물.

박물관에는 전통장과 발효음식과 관련한 내부 전시 유물 88점을 포함해 13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2층 휴게실에서는 잘 가꾼 소나무 조경과 함께 공원의 중앙에 즐비하게 늘어선 뒤웅박장독대의 웅장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 소담스럽게 앉아있는 장 항아리 너머엔 만개한 흰 연꽃이 고혹적이다.

흔히 뒤웅박고을을 세종시의 이름난 맛집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장향관 때문이다. 장향관은 뒤웅박고을만의 감칠맛 나는 장으로 만들어지는 한정식전문점으로 장류 테마공원의 멋과 맛을 겸비한 곳으로 유명하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장향관 앞에는 창업주인 손동욱 회장이 어머니를 그리며 돌에 새긴 ‘효심가(孝心歌)’와 어머니 동상이 눈길을 끈다. 어머니 동상은 너른 뒤웅박장독대를 품에 아우르듯 너그럽고 인자한 모습이다.

뒤웅박고을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전국에서 수집된 옛 장독들이 배치된 뒤웅박장독대의 대열인데 전통장류의 숙성환경을 고려해 황토로 높은 단을 쌓아 기초를 다지고 바닥에는 잔 돌을 깔았다. 뒤웅박고을의 장은 세종시에서 나오는 콩으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해 수확하는 콩의 양에 따라 만들어지는 장의 양도 달라진다고 한다. 장향관 로비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장류를 판매하고 있으며 단품부터 세트 제품까지 골고루 인기가 있고 재구매율이 높다고 하니 그 장맛을 가늠할 만하다.

 팔도 장독대는 사람들의 심성만큼 다른 지방의 특색 있는 옹기 항아리의 생김새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무뚝뚝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견고하게 제작된 경상도 항아리, 무덤덤하고 온화한 충청도 항아리, 깍쟁이처럼 폭이 좁고 날렵한 형태를 가진 서울 항아리 등의 특징이 적힌 안내 표지판을 읽으며 팔도장독대를 살펴보면 관람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 청정바람과 맑은 햇볕이 잘 스며드는 집안의 뒤뜰을 의미하는 해담뜰 장독대 옆으로 가족과 연인이 다정하게 대화를 하며 거닐 수 있는 시비(詩碑)거리와, 어름넝쿨길, 십이지신길이 조성돼 있다.

특히 십이지신길은 해학이 넘치는 동물들의 석상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이밖에도 공원 구석구석 절구질하는 어머니, 매를 맞는 아이, 목판 엿장수, 새참 바구니를 인 어머니와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어머니를 따르는 아이 등의 석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족애를 느끼게 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에 절로 웃음 짓게 된다.

뒤웅박고을 손유성(43) 이사는 “장맛은 특별한 비결이 없다. 지역에서 나오는 콩과 운주산의 맑은 물, 전통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메주를 빚고 장을 담근다”고 말했다. 또 “오는 10월에는 발효체험 가공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메주 만들기부터 장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다”며 “뒤웅박고을이 발효음식의 중요성과 함께 전통의 장맛을 이어가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홍정선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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