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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와 고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조국 땅도 마음대로 못 걷느냐?』는 정성태의원의 말은「페이도스」가 있다. 「반개헌도보천리」의 감상은 이 한마디.
그는 하루 평균90리씩 무려12일간을 강행군했다. 이는 건강한 성년이 하루에 요구되는 운동량의 6배를 견디어낸 셈이다.
성년남자의 경우 하루에 1만보가 쾌적한 운동량이다. 성큼성큼 걸을 때의 한 발짝 간격은 평균 60cm로 된다. 6천m의 여섯 배를 그는 매일같이 걸었다. 55세의 중년도 넘은 연치로는 여간한 체력이 아니다.
그러나「골프」로나 체력을 감당하려는 유한국회의원들에겐 한번 권해(?) 봄직도 한 운동이다.「골프」는 기껏해야 매일 1만보를 걷는 것에 비하면 5분의1도 못되는 운동이다.
그러기에 미국상원의원들은 언제나 걸어서 등원하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고「로버트·케네디」의원은 그 열성파였다. 그는 하루에 1만보를 걷는 것이 아니라 뛰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걷기가 운동에 좋은 것은 이모저모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규칙적인 심호흡을 부단히 계속 할 수 있으므로 몸 전체의 혈액 순환을 고르게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한발 짝을 움직이려면 몸의 구석구석에 있는 근육들이 발동을 해야한다. 그것은 부분적인 운동이 아니라 전체의 평균적인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하나의 훌륭한 균형을 촉진하는 것이며 조화를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체력향상 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나. 그는 어깨에 태극기를 둘러메고 이른바 천리「데모」를 한 것이었다. 이 수다스러운 현실에서 홀로 열전의 무대를 벗어나 장장 천리길의 도보를 선택한 것은 그의 침묵한 발언을 보는 것 같아 「시니컬」한 미소마저 자아낸다. 이 도보야말로 그로서는 가장 행동적 발언이었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그는 12일만에 입성을 알리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기꺼운「팡파르」가 아니라, 기동경찰대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별수 없이 집으로 안내(?)되었다. 지친 그로서는 장정들의 우람한 팔목에 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경찰당국은 그의 피로를 걱정하고 있다. 실로 고소를 자아내는 일이다. 그의 피로가 서울의 초입에서만 폭발했으리라는 논리는 당치도 않다.
개헌열전의「피날레」는 이처럼 미소와 고소의 엇갈림으로 장식하게 되었다.「도보천리」의 시말은 그 지루하고 긴 열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축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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