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파』 선상의 중동 위기|여객기 납치 후의 새 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동 사태가 급속도로 폭발 점으로 치닫고 있다. 회교 제3의 성지인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 일부를 태운 의문의 화재 사건이 「아랍」 세계를 흥분과 분노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은데 뒤이어 이번에는 미국 여객기 TWA 납치 사건으로 「이스라엘」이 자극을 받아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67년의 『6일 전쟁』이래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이 사실상 전쟁 상태에 있는 만큼 중동의 긴장 상태는 새삼스러운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알·아크사」 사원 화재 사건 이후로 「아랍」 지도자들의 빈번한 왕래와 「수에즈」 운하 일대의 포격전, 그리고 연일 발표되는 양측의 비난 성명은 『6일 전쟁』의 전야를 방불케 하여 전쟁 재발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강·온파 주장 맞서>
8월26일부터 이틀 동안 「카이로」서 열린 「아랍」 외상 회의는 「아랍」공과 「시리아」 같은 강경파가 내놓은 「아랍」 정상 회담 안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장한 회교 국가 정상 회담 안이 맞선 끝에 온건파의 주장이 관철된 채 막을 내렸다.
「아랍」 외상 회의의 이러한 결과는 『전쟁은 재발하지 않는다』는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아랍」 정상 회담이 열리면 군사·정치적인 문제가 초점이 되고 회교 국가 수뇌 회담이 열리면 「알·아크사」 사원 화재 사건으로 토의가 국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상 회의서 온건파에게 주도권을 뺏긴 「아랍」공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강경파는 2일부터 「카이로」서 정상 회담을 열고 「아랍」군 통합 사령부 설치 문제를 중심으로 「알·파타」 (아랍 특공대)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것은 「아랍」세계 전체의 손발이 맞지 않더라도 강경파 4개국이 행동을 통일하여 『성전』의 기치를 앞세우고 대 「이스라엘」 대결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미서도 무기 수출>
중동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에 가깝다. 특히 4대국에 의한 평화 노력의 주도권을 잡아야할 위치에 있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팬텀」 전폭기를 수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랍」측의 대미 반감과 불신을 조장하고 말았다.
「프랑스」의 「퐁피두」 정부도 「드골」의 정책을 뒤집고 「이스라엘」에 전폭기를 수출할 뜻을 비쳤다. 소련은 소련대로 「아랍」공의 전력 강화를 지원하는 일로 바쁘다.

<「알·파타」에 끌려가>
4대국의 이런 움직임 속에서 「아랍」 지도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알·아크라」 사원 화재에 대한 회교도들의 분노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에 몰리고 있다. 「카이로」에서 열린 4개국 정상 회담서도 대외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직은 전쟁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절충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동의 긴장 상태를 조성하는 제1의 당사자는 「아랍」 특공대라는데 문제가 있다.
「아랍」 특공대는 「아랍」공 「요르단」 「시리아」 등의 「컨트롤」권 밖에서 대「이스라엘」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아랍」 국가들을 초연속으로 끌고 간다.

<11월까지 완화 없어>
한편 「이스라엘」측의 형편을 보아도 11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때까지는 강경 노선을 늦추지 못할 것이다. 11월엔 「아랍」 국방상 회의가 열린다. 결국 「아랍」 「이스라엘」양측은 11월의 국방상 회의와 총선 때까지 초강경의 평행선을 달릴 것이지만 「알·아크사」사원이나 TWA기 사건 같은게 다시 일어난다면 평행선의 균형은 깨어지고 말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모로코」 등과 함께 보수·온건파의 입장을 취해온 「리비아」가 1일의 정변으로 사회주의적인 공화국으로 바뀐 것은 「나세르」의 입장을 결정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서 「리비아」가 「나세르」 정책을 지지하고 나서면 「이스라엘」이 받는 위협은 그만큼 가중될 것이다. <김영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