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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1·2·3 지킨 박희영, 1·2·3차 … 연장서 웃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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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희영이 15일(한국시간)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마지막 날 연장 3차전에서 안젤라 스탠퍼드를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한 뒤 왼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워털루(캐나다 온타리오주) AP=뉴시스]

아이스하키를 즐겨 보는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의 성격은 대단히 밝다.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팬이기도 한 그는 스피드와 파워가 넘치는 아이스하키만큼이나 에너지가 많은 선수다. 그런 그도 우승을 앞두고는 떨렸던 모양이다. 박희영은 “첫 번째 연장에서 이글(2.4m) 퍼트를 앞뒀는데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됐다”고 말했다. 또 라운드 때는 “캐디와 리더보드를 보지 않기로 원칙을 세우고 플레이했다”고도 했다. 박희영의 원칙과 긍정의 힘이 앤절라 스탠퍼드(36·미국)를 꺾었다.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최종 4라운드. 박희영은 이날 버디 6개로 6타를 줄였고, 합계 26언더파(258타)로 스탠퍼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3차전에서 승리했다. 박희영은 막판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18번 홀(파5·471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1, 2차전은 두 선수가 버디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3차전에서 박희영은 13.5m의 이글을 놓쳤지만 1m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스탠퍼드를 따돌렸다. 박희영은 2011년 11월 타이틀 홀더스 대회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올린 이후 1년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박희영과 스탠퍼드가 72홀에서 작성한 258타는 역대 LPGA 투어 최소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또 한국 선수들은 박희영의 우승으로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9승을 합작했다.

 전날 무려 10언더파를 쳐 우승 경쟁에 뛰어든 박희영은 “자신을 최대한 다스렸던 것이 우승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에다 국내에서 3승을 한 뒤 LPGA 투어에서도 우승을 했지만 최종일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단독 선두로 출발하자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순위와 타수를 계산하지 않기 위해 스코어보드를 쳐다보지 않는 것. 둘째는 18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지 않는 것. 또 박희영은 현란한 양말(스타킹)을 벗고 짧은 양말로 갈아 신고 경기에 나섰다. 박희영은 “대회에 앞서 동료 산드라 갈(28·독일)이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스타킹 양말을 선물로 줬다. 첫날 착용하고 나갔는데 갤러리가 얼굴은 보지 않고 양말만 보더라. 그래서 그 양말을 벗고 경기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연장 세 차례 티샷에서 모두 3번 우드를 잡았다. 반면 스탠퍼드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다가 3차전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날려 보내 결국 무릎을 꿇었다.

 국내 여자선수 가운데 최고의 스윙을 갖췄다는 박희영. ‘로켓’으로 불릴 정도로 드라이브 샷이 좋았던 그는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2011년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95전96기 만에 우승할 만큼 힘든 시간도 보냈다.

 한편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합계 16언더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4연승은 이어졌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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