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조종사 4명 귀국 … 한국정부서 별도로 조사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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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계자들이 아시아나 사고 항공기를 활주로에서 임시보관소로 옮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이날 오후 사고가 발생한 28L 활주로를 다시 개통하고 비행기 이·착륙을 재개했다. 왼쪽 사진은 세 번째 사망자인 중국 여고생 류이펑. [AP=뉴시스, 바이두]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 충돌 사고에 대한 조사가 17일부터 한·미 양국에서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블랙박스 분석이고, 두 번째는 사고 비행기 조종사 4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다. 조종사 4명은 13일 귀국했다. 정부는 이들이 16일까지 병원 검진 등을 마치는 대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고 충격과 NTSB 조사에 지친 것으로 알려진 조종사들에 대한 건강 검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우리 조사는 그 이후에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TSB 조사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관제 미숙 등 사고 원인 파악에 집중돼 있다. 조사 결과는 아시아나항공, 사고 비행기 제조사인 보잉, 샌프란시스코 공항 같은 관계 기업·기관이 피해 보상 책임을 어느 정도씩 분담할지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의 조사는 조종사가 국내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주목적이다. 장만희 국토부 항공사고수습본부 상황반장은 “비행절차를 잘 지켰는지, 그간의 교육훈련에 문제가 없었는지, 공항의 운항조건을 준수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조종사에 대한 업무 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아시아나는 미국 방송국의 조종사 비하 논란에 대해선 법적 대응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인 KTVU가 조종사 이름을 소개할 때 아시아인 비하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조종사와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KTVU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조종사 이름을 ‘섬 팅 웡(Sum Ting Wong)’ ‘위 투 로’(Wi Tu Lo)’ ‘호 리 퍽(Ho Lee Fuk)’ ‘뱅 딩 오(Bang Ding Ow)’라고 보도했다. 이는 각각 ‘뭔가 잘못됐다(Something Wrong)’, ‘(고도가) 너무 낮다(We Too Low)’, ‘빌어먹을(Holy Fuck)’, ‘쾅, 쿵, 아야(Bang, Ding, Ow)’라는 의미다. 뉴욕 한인회도 14일 성명을 발표해 "NTSB와 현지 언론이 편파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한편 중국은 13일 이번 사고의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오면서 다시 애도 분위기에 들어갔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세 번째 사망자가 저장(浙江)성 취저우(衢州)의 장산(江山) 중학교(고교과정 포함)에 다니는 여고생 류이펑이라고 보도했다. 먼저 확인된 사망자 두 명이 다닌 학교와 같은 곳이다. 13·14일 웨이보(微博·중국의 트위터)에는 1000여 개가 넘는 애도의 글이 쏟아졌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14일 “비통함에 빠져 있을 유가족과 친지, 그리고 사망한 승객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라고 말했다. 앞서 12일에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20여 개 현지 매체에 사과문을 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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