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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 질긴 인연 홍명보·김동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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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내 공격수 중 이동국하고 김신욱 말고 또 누가 있나. 있으면 추천해 달라.” 이동국(34·전북)을 지나치게 편애한다는 비판에 대한 최강희(54)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항변이었다.

 하지만 홍명보(45) 신임 대표팀 감독의 안목은 좀 다르다. 홍 감독은 20일 개막하는 동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23명 중 공격수 3명에 김신욱(25·울산), 서동현(28·제주), 김동섭(24·성남·사진)을 낙점했다. 홍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가 아니라 내년 월드컵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뽑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김동섭이다. 그가 주목받는 건 홍 감독과의 질긴 인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청소년 월드컵 당시 홍명보 팀의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카메룬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제몫을 못했고, 이후 경기에서는 결장하거나 교체 요원으로 밀렸다. 그 후로는 예전 같은 신임을 받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김동섭은 홍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올림픽 대표팀 시리아 평가전 때 홍 감독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23명을 골라낼 최종 테스트였다. 하지만 김동섭은 끝내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만 그가 어려운 시기를 보낸 건 아니다. 장훈고를 졸업할 때까지는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았지만 2007년 일본 J리그 시미즈로 진출한 뒤 별 소식이 없었다. 2011년에는 광주 FC로 유턴했다. 주전으로 뛰며 매 시즌 일곱 골씩 뽑아냈지만 지난해에는 K리그 최하위로 K리그 첫 강등팀이 되는 아픔을 맛봤다.

 올림픽 출전 좌절, 소속팀 강등이라는 시련에도 김동섭은 좌절하지 않았다. 안익수 성남 감독에게 발탁된 김동섭은 지난겨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지옥훈련을 이겨냈다. 1m87cm의 큰 키에 비해 왜소했던 김동섭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이 80kg까지 늘었다. 김동섭은 “이제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매경기 90분씩 뛰어도 지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동섭은 올 시즌 K리그 18경기에서 6골·1도움을 기록했다. 홍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10일 포항과의 FA컵에서는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대표에 발탁된 후 열린 13일 포항전에서도 후반에 만회골을 터뜨리며 2-2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키에 비해 스피드와 돌파력이 좋고, 감각적인 슈팅과 고공 플레이를 겸비한 게 김동섭의 장점이다. 김동섭은 17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해 홍 감독과 406일 만에 만난다. 그는 “감독님이 ‘동섭이 많이 변했구나’라고 말할 겁니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동섭 외에도 K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울산 수비수 이용(27), ‘황선홍의 애제자’인 포항 공격수 고무열(23), FC 서울의 재간둥이 미드필더 윤일록(21)이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홍 감독은 “몇몇 선수에게는 이번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파가 빠진 가운데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브라질 월드컵 출전은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한국 대표팀은 동아시안컵에서 호주(20일)·중국(24일)·일본(28일)과 차례로 격돌한다. 전 경기 JTBC가 단독 중계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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