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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성·백암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장성에서 동으로 20㎞를 가면 만학천봉이 녹음에 싸인채 하얀 얼굴을 자랑하는 백암산이 떡 버티고 섰다.
학바위는 일학이 창공을 날다가 유곡의 맑은 물을 보고 내려오는 형체와 같다 고나 할까.
백학봉을 우러 보며 비자나무 숲을 빠져나가면 푸르름이 좋은 산속에 함빡 웃음을 머금은 인자한 얼굴이 보인다. 말이라도 건네 볼 욕심으로 달려가 보니 아뿔싸!
석굴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돌부처가 아닌가.
골짜기로 흐르는 물을 굽여보면 수많은 산나무를 열병하는 의젓한 부처님의 좌상이 범상치 않다. 굴속에서 나오는 여천약수. 갈증이 심한 터에 한응큼 쥐어먹으니 뱃속까지 시원한 물줄기가 이어지는 듯 얼음보다 차갑다. 몇미터를 격해서 삼천동굴이 있다. 캄캄한 굴속이 칠흑처럼 어두운데 종유석 석순은 젖빛으로 빛나고, 박쥐란 놈이 깃을 치는 소리가 굴 속에 퍼지면 또 하나의 전설이 되살아난다.
여기서 불을 때면 내장사 불출암에서 3일 안에 연기가 난다는 거짓 같은 이야기. 오르던 길을 되돌아 청류동에 닿으니 산 꽃이 냇물위로 아득히 흘러가고 나뭇잎은 떨어져 청풍에 굴리니 백운심처에 찾아온 나그네, 녹수청산에 파묻혀 여름을 잊고 섰다. 청류곡 맑은 물을 석경산로에 버려 두고 장성 땅에 다다르니 황룡강 둑이 성처럼 둘러있고 그 너머엔 화차를 발명한 변이중선생이 출생했다는 장안이 조용히 누워있다. 동구 밖에서 속으로 오동촌 제봉
산아래 이르니 방울샘(영천)이 있다. 주의엔 향나무며 은행나무가 즐비하게 그늘을 늘이어 서있고 그 아랜 마을아낙네들아 성시를 이루듯 빨래가 한창이다. 『물을 마시면 얼굴이 예뻐진다』는 이 샘의 둘레는 20m. 샘 밑에서 뿡뿡 소리를 내며 방울방울 샘솟는 이 우물은 임진왜란과 6·25동란 때 핏물이 솟아 식수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이고 보면, 이 영천은 재화를 예방하는 신화를 남긴 우물이라고 모두르 『방울샘』을 자랑하고 있다. <글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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