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맥주업체인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가 유력해졌다. 진로와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 증권은 1일 하이트맥주와 교원공제회 컨소시엄 측에 진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통보했다. 또 하이트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두산.CJ.대한전선 컨소시엄을 예비협상 대상자로 뽑았다. 하이트맥주는 입찰가격으로 3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두산.CJ 등은 2조7000억~2조9000억원을 써냈다. 이 같은 입찰결과가 나오자 주류 및 식품유통 업체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맥주와 소주시장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상대하기 힘든 '주류제국'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3조원대의 기업 인수합병(M&A)협상=하이트맥주가 제시한 입찰가는 진로 입찰에 참여한 10개 컨소시엄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실제로 이 가격대에 매각 협상이 마무리되면 진로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고가에 팔리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꼭 사야 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가격을 썼다"고 말했다. 하이트맥주 측은 진로를 인수할 경우 외국 주류업체의 공세에 대한 방어력을 키울 수 있고 두 회사 간 유통망 공동활용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미국.일본.중국 등의 술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시장에서 맥주 하나만으론 이들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술 유통망을 합치면 물류비 부담을 덜고 연합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 주류판매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과점 논란 부상=그동안 업계에선 하이트의 진로 인수를 '가장 두렵고,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여겼다. 일부 업체들이 벌써부터 독과점 문제를 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매계약이 마무리될 때까지 알 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맥주와 소주는 품목은 다르지만 맥주시장 58%, 소주시장 55%를 차지하는 두 회사를 합치는 것은 사실상 독과점이라는 것이다. 국내 주류시장에서 소주와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되기 때문에 두 품목의 1위 자리를 한 업체가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주류도매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다. 이제 주류도매상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갖출 하이트 맥주에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두 회사를 합쳐도 1조6000억원의 매출에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수준이어서 3조원 넘게 돈을 들여 사는 게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다.
양선희.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