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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14년에 백32승3패 김기수은퇴|후계선택「페어·플레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복서」로 초음 세계정상을 정복했던 김기수(32)가 14년간 백32승3패의 화려한 선수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5일 하오 은퇴를 성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의 동기를 후배양성을 위한 것이라 표명했지만 13일로 예정된 일본의 「미조구찌」(구구종남)와의 MBC­TV개국기념대전을 앞두고 허리를 다친 것이 급작스런 은퇴의 동기였다고―.
그는 이대전에 대비, MBC로부터 1백만 원의 「개런티」를 미리 받고 정능의 산골짜기에서 「해머」연습을 하다가 척추를 다쳐 돈은 반환하고 갑작스런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은퇴로써 궁금해진 것은 누가 후계자가 되느냐는 문제.
당초 김선수는 이금택을 내세웠지만 동양권투연맹(OBF)의 「미들」급 7월 「랭킹」이 ⓛ최성갑 ②「나이또」(내등기일) ③이금택으로 되어있어 그의 조급한 후계자 지명은 그 상황이 달라지리라는 전망이다.
아직 OBF의 결정사항은 아니지만 그의 은퇴에 따라 선수권 결정전은 최-「나이또」간에 9월27일 서울에서 벌이고 이 대전의 승자가 최로 결정될 경우 이금택이 1개월 이내에 서울에서 도전하고 만일 「나이또」가 승리하면 90일 이내에 이금택이 일본에가서 싸울 계획이라는 것.
이를 본다면 김선수가 은퇴단계에서 어느 누구를 고집하지 않고 한국선수에게 유리한 기회를 열어준 결과여서 그의 「페어·플레이」는 「링」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최·이두선수가 「타이틀」쟁취에 실패할 경우 「컴·백」할 것을 공언했는데 그의 잠재실력을 봐 이 공언은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닐는지 모른다.
그는 은퇴후의 첫 사업으로 최-「나이또」의 대전을 주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으로 권일도장의 운영과 더불어 「프로모터」로서 종사할 뜻을 비쳤다.
66년6월25일 「벤베누티」로부터「미들」급 선수권을 쟁취한 것을 정점으로 많은 돈을 번 그는 시내 이문동에 대지 5백 평, 건평70평의 시가 2천만 원의 큰집과 「코로나」자가용을 비롯해 약1억 원 이상의 재산이 있어 굴지의 「프로모터」가 될 것임을 자부하기도 했다.

<"가정에 돌아와 기쁘면서 아쉬워…때리나 맞으나 괴로웠던 관전"(부인 정하자씨)>
『권투계에서 은퇴한다니 기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는군요.』김기수선수가 은퇴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그의 부인 정하자(29)여사는 못내 서운하다는 표정이었다. 정 여사가 김 선수와 결혼하기는 61년 21세 때 여수에서. 당시 24세의 김 선수와는 중매결혼으로 김 선수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때란다. 결혼을 하고서도 정 여사는 남편의 선수생활과 홀 시어머니(허연옥·55)를 모시느라고 서울에 있는 남편과 떨어져 홀로 여수에서 집을 지켰다는 것. 정 여사가 「매스컴」에 처음 소개된 것은 66년6윌 김 선수가 「벤베누티」를 이기고 세계 정상에 오른 때부터. 그때까지는 대부분의 「팬」들은 김 선수가 결혼한 것도 몰랐으니 정 여사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링」계의 얘기이고 그때까지 정 여사의 숨은 내조는 선수들간에 미담으로 남아있다. 『그 동안 아빠가「게임」할 때마다 당한 고통은 뭐라 말할 수 없었어요. 상대방을 때려뉘어도 그랬고 특히 아빠가 얻어 맞을 때는 눈뜨고 볼 수 없었어요. 아마 연약한 여자이기 때문인가 보죠. 그러나 이제는 「링」계에서 떠나 가정으로 돌아왔으니 무엇보다 기쁘군요.』그러면서도 남편을 따라「이탈리아」에 갔을 때는 권투선수의 부인이 되었음을 행복하게 느꼈다고 하면서 권투에 종사할 남편의 뒷바라지는 아낌없이 하겠다고―. 현재 김 선수와 정 여사 사이에는 2남2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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