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들 주한미군 철수 놓고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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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국제관계소위원회에서 열린 북핵 문제 관련 청문회는 그동안 미묘한 기류에 휩싸인 한.미관계를 반영하듯 주한미군.반미감정 등을 주제로 격론이 오갔다.

이날 제임스 켈리 국무부차관보는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간에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특히 공화당의 데이너 로러배처 의원은 "여중생 압사사건에 흥분하지 않을 한국인은 없겠지만 일부에서 이를 이용해 반미시위를 부추기고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며 "나의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한국전에 참전했는데 이제 와서 한국인들이 우리를 비난하는 데에는 분개한다"고 성토했다.

에니 펄레오메이버에가(민주.미국령 사모아)의원은 "주한미군은 전쟁이 나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희생양 신세"라면서 "이는 반미감정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미국의 일방 외교, 북.미간 대화거부 정책 등을 거론하며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고, 한국인들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속출했다.

게리 애커맨(민주.뉴욕)의원은 "촛불시위를 했다고 해서 50년 전에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싸워주었으니 지금도 (한국인들은)우리에게 굽실거려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소위원장인 리치(공화.아이오와)의원은 "사실 햇볕정책 외에 다른 대안은 별로 없으며, 현재 반미감정이 있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로이스(민주.캘리포니아)의원은 향후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화.참여정책을 펼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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