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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 '전쟁에 반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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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반대한다/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이후, 1만3천원

2차 세계대전 때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원로 역사학자 하워드 진(80)의 신간 '전쟁에 반대한다'(원제 'On War')는 반전(反戰)메시지를 새롭게 들려준다.

오늘 15일은 '총 대신 꽃을 들자'는 구호를 재확인하는 '반전 국제행동의 날'. 같은 제목의 신간 '전쟁에 반대한다'(원제 'War Plan Iraq', 밀란 레이 지음, 신현승 옮김, 산해)가 함께 나온 것은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워드 진의 책은 그의 삶을 토대로 썼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남다르다. 미국 주류사회에 거리를 둔 그는 노엄 촘스키와 유사한 비판적 지성.

그런 그는 자신의 종군 기록을 비롯, 멀리는 고대 펠레폰네소스 전쟁으로부터 베트남 전쟁.걸프전에 이르기까지를 거론하면서 전쟁 불가피론이 갖는 궤변을 반박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이라는 이분법의 신화 자체를 정면에서 해체한다.

그 자신이 참전한 2차 세계대전은 독일 나치 정권의 반인륜적 대학살에 저항한 민주국가의 투쟁이란 점에서 현대의 모든 정당한 전쟁에 시금석 구실을 한다.

그러나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이 파시즘에 맞선 전쟁이라는 뒷모습에는 "국가의 세력 확대, 부유한 엘리트층을 위한 훨씬 많은 이윤, 정치 지도자들의 더욱 강력한 권력 등 각국 정부의 통상적인 동기가 작용"하고 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은 동남아시아의 주석.고무.원유에 집착한 '날조된 전쟁'이었음이 확연해진다는 것이 하워드 진의 말이다.

나아가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전쟁 이면의 사사로운 의도를 배제하고 단지 표방하는 대의만으로 판단할 때 과연 전쟁이 적절한 수단인가 하는 점이다.

파시즘을 단죄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파시즘의 잔재들 즉, 군사주의.인종차별주의.제국주의.독재.극악한 민족주의는 전후(戰後)세계에 계속 남았다.

1945년 이후 40년 동안 1백50차례의 전쟁으로 2천만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지만 '세계 경찰' 미국은 각국에 친미 정부를 세우는 데 골몰했을 뿐 실제 민중의 고통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전쟁 없이 투쟁해 정의를 쟁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다." 책의 뒷부분에서 현대의 마키아벨리적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한편 하워드 진은 국내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미국출판대상까지 수상했고, 198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번역돼 스테디셀러로 읽히고 있는 '미국민중사'가 그의 책이다. 학술서로는 '불복종과 민주주의'(1968년)가 그의 주저(主著)이고, 최근에 자서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를 선보인 바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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