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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10연타석 안타…손민한을 이기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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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적토마'가 '전국구 에이스'를 눌렀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승부를 대하는 태도와 실력만큼은 여느 젊은 선수 못지 않았다.

LG '캡틴' 이병규(39·9번)가 10일 잠실 NC전에서 프로야구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대기록 희생양은 NC의 선발 투수 손민한(38)이었다.

1997년 프로에 나란히 입단, LG와 롯데를 대표하는 타자와 투수였던 두 사람은 2005년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었다. 당시 다승·평균자책점 1위였던 손민한이 타격·최다안타 1위 이병규를 누르고 4강 탈락 팀 중 최초로 MVP를 거머쥐며 웃었다.

8년 만에 대기록을 앞두고 펼쳐진 운명의 맞대결. 두 번째 진검승부의 승자는 이병규였다. 2006년 이후 7년 만에 만난 두 선수는 첫 타석 초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병규가 깨끗한 우전 안타로 10연타석 안타를 달성했다.

'베테랑'의 진검승부

LG가 0-1로 뒤지던 1회말 정의윤 타석. 더그아웃에 앉아있던 이병규가 배트를 들고 대기타석으로 나왔다. 그는 타격 타이밍을 맞추려는 듯 손민한이 공을 던질 때마다 가볍게 스윙을 했다. 김기태(44) LG 감독은 이날 "(이)병규가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앞두고 있어서 타순을 조정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5번타순에서 잘 해줘서 타순 조정 없이 그대로 갔다"며 "기왕이면 1회 말에 신기록을 달성해줬으면 한다. 병규가 안타를 치면 점수가 난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정의윤의 유격수 땅볼로 물러서며 득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병규는 2회말 선두타석에 들어섰다. 평소 포수의 리드를 따르는 편인 손민한은 초구 사인에 2~3번 고개를 흔들었다. 고심 끝에 선택한 구종은 커브였다. 이병규는 손민한의 초구 시속 120㎞ 높은 커브에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한가운데 높은 실투.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우익수 앞에 톡 떨어졌다. 10연타석 안타 신기록. 안타를 맞은 손민한은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후 이병규는 3회 1루수 땅볼, 6회 중견수 뜬공으로 돌아서며 오랜 '라이벌'과의 승부를 마쳤다. 이병규는 대기록을 세웠고, 손민한은 3타수 1안타로 선방했다.

끝나지 않은 '적토마'의 질주

이병규는 최근 '역대 최고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서 역대 최고령이자, 통산 15번째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이날 5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그는 팀이 3-2로 앞선 3회 초 우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추가하며 역대 15번째로 900타점을 채웠다. 전날 경기에선 프로야구 통산 4번째 1900안타 대기록도 세웠다.

이병규는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5월7일에야 1군에 합류했다. 5월 6일까지 승률 0.481(13승14패)로 5위에 머물던 LG는 '캡틴'이 복귀하자마자 상승곡선을 그렸다. 9일까지 0.563(40승31패)의 승률을 올리며 4강권에 안착했다. 김기태 감독은 "이병규가 신기록도 세우고 좋은 경기를 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다. 성적뿐만이 아니라,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라며 흐뭇해 했다.

김무관 LG타격코치는 "최근 이병규의 타격을 보면서 나도 놀라고 있다. 기록을 살펴보니 타구가 부채꼴로 뻗고있다. 몸쪽 공은 당겨서, 바깥쪽은 밀어서 자유자재로 친다. 힘들이지 않고 툭툭 가져다 대지만 컨택트 능력이 좋아서 안타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민한(38)은 이날 6⅔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5자책)하며 시즌 4승 달성에 실패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였고, 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와 투심을 고루 섞었다. 총 90개로 짠물투를 했으나 볼넷 4개를 허용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5경기만에 첫 패전이었다. LG는 선발 리즈의 7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시즌 전적이 4승5패로 열세였던 NC를 상대로 8-1로 승리했다.

잠실=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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