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계기 리베이트 의혹, 조세피난처 돈흐름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이명박정부 시절 해양경찰청 해상 초계기 도입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및 역외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우인터내셔널 등 관련 회사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김형준)는 10일 초계기 도입 사업의 중개업체였던 L사와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및 관계자들의 자택 등 모두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근 초계기 도입 사업 당시 지급된 대금 중 일부가 해외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에 머물다 국내로 반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이다. <중앙일보 7월 10일자 1면

 검찰은 이날 수사진과 서울세관 직원 10명 등 등 모두 43명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와 마포구 L사, L사 대표 이모씨의 자택 등에 투입해 회사 내부 문서와 회계자료,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및 자금세탁 의혹과 관련해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회계팀, 영업2부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와 해외 거래내역 등이 담긴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압수수색한 것은 당시 중개업체 L사의 임원들이 모두 이 회사 퇴직자들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실질적인 중개업체인 대우인터내셔널이 퇴직 간부들을 주축으로 L사를 설립하고 이를 내세워 중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L사 대표 이씨는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출신으로 최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초계기 도입 과정에서의 조세 포탈과 리베이트 의혹을 밝히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부터 강조해 온 재산 국외도피와 역외 탈세 수사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경 초계기 도입 사업은 업체 선정과 계약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말 방위사업청은 해상초계기 CN235-110 네 대를 2011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하기로 하고 인도네시아 PTDi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금은 1억 달러(당시 환율로 1300억원)였지만 부대 비용 등을 포함하면 150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곧바로 선정사의 자격 논란이 일었다. 이후 초계기 인도도 계약서에 명기된 시점보다 5~9개월가량 지연됐다. 도입된 초계기는 김포와 여수에 각각 2대씩 배치돼 불법조업 감시와 해양사고 예방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먼저 도입된 2대는 도입 1년도 되지 않아 36건의 결함이 발생하는 등 말썽을 일으켰다.

 검찰은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돈이 각종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이 현재 확인한 금액만도 300만 달러(34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증거물들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계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외에도 일부 대기업 오너가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외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내사 중이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