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화성돈공사관, 미국 관광 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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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워싱턴 DC의 ‘문화재 탐방로(Heritage Trail)’에 포함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L 펠프스가 1877년 지은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이다. [사진 문화재청]

한·일 강제병합 당시 일제에 강탈당했다가 지난해 한국 정부가 소유하게 된 미국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화성돈·華盛頓공사관)이 현지 주민 및 관광객을 위한 역사적 명소로 지정된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워싱턴 DC 로건서클(Logan Circle)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이 현지 비영리단체인 문화관광 DC(Cultural Tourism DC)와 로건서클주민협회가 최근 지정한 문화재 탐방로에 포함됐다고 9일 밝혔다.

 ‘로건서클 문화재 탐방로’라는 이름이 붙은 이 코스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활약한 로건(John A Logan) 장군의 이름을 딴 로건 서클 인근의 유서 깊은 건축물 15개를 돌아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로건 서클은 서울의 북촌과도 비슷한 전통건축 밀집지구로 1877년 세워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비롯해 19세기 중·후반에 건립된 건물들이 다수 남아 있다.

 총 길이 2.4㎞에 이르는 이 도보 탐방로 중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7번째 방문 코스로 포함됐다. 워싱턴 DC에는 현재 백악관과 스미스소니언미술관 등 시내의 의미 있는 장소를 주제별로 묶은 다양한 문화재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로건 서클의 탐방코스 중 가장 풍부한 사연을 가진 건축물로 꼽힌다. 1882년 미국과 수교를 맺은 조선왕조는 미국정부 관계자의 소개로 1889년 이 건물에 입주해 공사관으로 사용하다가 1891년 2만 5천 달러에 매입했다.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긴 1905년까지 대한제국의 대미외교 무대로 활용됐던 건물은 1910년 일본에 단돈 5달러에 소유권이 넘어가고 만다.

 이후 여러 주인을 전전하면서 건물의 존재 자체는 한국에서 잊혀졌다. 2005년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가 저서 『살아 숨쉬는 미국역사』에서 공사관의 존재를 알리면서 공사관 매입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350만 달러에 건물을 매입했다.

 17일에는 이런 건물의 역사가 적혀 있는 안내판이 공사관 건물 앞에 세워진다. 로건서클 문화재탐방로 개막행사 및 안내판 제막식에는 워싱턴 DC 관계자들과 안호영 주미대사, 현지 주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워싱턴 교민회는 그 동안 공사관 매입을 위해 모금했던 성금 8만 달러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다.

 현재는 비어 있는 공사관은 이날 하루 워싱턴 시민들에게 특별 개방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5년 개관을 목표로 공사관 활용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한·미외교사를 돌아보는 공간으로 꾸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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