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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록<테러와 깡패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성격아주 달라진 태러>
근자에 또 정치적 「테러」가 생겼다고 국회에서 크게 논란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테러」라는 말의 뜻은 옛날과 아주 판이하다. 「테러」라는 것이 법을 무시한 폭력행동이란점에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하겠고, 또 근래에도 「테러」란 것에는 흔히 배후의 조종자가 정치인 또는 정치단체가 숨어있지 않은가 하는 점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배후가 어떤 것이냐를 확실히 따지기 전에는 근래의 소위 정치적「테러」란 것도 예전과는 그 성격이 아주 판이하다할 것이다.
대개 「테러」라는 것은 강자 또는 다수의 무리들의 포악무도한 탐욕과 압제밑에 아무리 조리를 갖추어 정의 (정의)를 밝히며 정당한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려고 해도 그 길이 완전히 막혔을 때 하는 수없이 극단의 폭력수단에 호소하되, 거기에는 국가와 민족과 또 그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 (대의명분)이 뚜렷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깨끗한 희생의 정신이 살아있는 것을 말해왔다.
그러한 생생한 역사적인 예를 든다면 한일합방전해 1909년 북만주 「하르빈」정거강에서 일본의 한반도침략의 선봉이던 이등박문 (이등박문)을 그 삼엄한 경계속에 저격했던 안중근(안중근)의사를 비롯해서 동양척식회사며 식산은행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나석주), 왜성대의총독부에 폭탄을 던진 김상옥(김상옥), 상해(상해)에서 침략일본군이 대분열식을 거행하는 장소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의 대장이하 고관에 큰 피해를 주어 전 중국을 놀라게 했을 뿐더러 독립을 갈망하는 한국인의 항일정신을 드높인 윤봉길 (윤봉길) 의등은 「테러」의 표본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캡탈행위의 비겁일 뿐>
그뿐 아니고 나라 잃은 울분을 달랠 길이 없어 만주벌판을 무대로 추위와 주림속에 오히려 용기를 북돋워가며 독립군으로서 실력을 양성해온 청년들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깊숙이 국내에 들어와 폭탄과 권총으로 왜경의 경찰서며 도청 등을 습격하던 일은 또 얼마였던가, 왜경에 붙들리어 형장(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청장년은 얼마이고 이름 없이 사지를 헤매다가 간 곳 없이 자취를 감춘 이들은 또 얼마였던가를 생각하면 우리의 독립운동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는 왜군의 강탈과 압제에 대한 한국청년의 「테러」의 역사가 차지한다고도할 것이다. 그 때의 「테러」야말로 일본인의 잔인무도한 착취와 압제속에 기를 펴고 살 수없는 민족의 울분을 터뜨려 놓는 일이었다. 그래서 저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케 한바 많았다.
그런데 근래에 「테러」라는 말로 이르는 폭력행동의 정체는 어떤 것이냐? 실례를 든다면 4·19의 그 전날 고려대학생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첫 데모를 일으키고 국회 앞에서 고려대학교로 돌아갈 때 종로4가에서 쇠갈고리들을 들고 나와 습격했던 자유당의 앞잡이 폭력배들도 「테러」라고 한다. 권력을 배경으로 부정선거를 일삼는 정당 정치인들이 권세를 펴고 돈으로 폭력을 사 가지고 반대당측의 미약한 조직을 뚜드려 부수는 등 또 소위정체불명이라고 수사도 체포도 되지 않는 폭력집단이 사회에 공포분위기를 퍼뜨리는 폭력행위도 「테러」라고 한다. 다수의 횡포나 강자의 폭압에 항거하는 소수의 미약한 힘으로써 하는것이 아니고 다수와 강자의 힘을 등지고 하는 폭력은 오직 탐욕의 무궤도한 짓일 뿐인 것이다.
거기에는 아무런 명분도 있을 수 없다. 일종의 겁탈행위에 지나지 않는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폭력은 배제돼야한다>
다수의 힘을 거느리고 강자의 이름을 누릴 수 있는 처지에 있다면 적고 약한 모든 상대자에 대하여 언제나 설득과 관용(관용)과 참을성이 앞서야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극히 경계하여야 할 두려운 현상은 어디를 가나 폭력이 날뛰고있는 일이다.
연극장 주변이며 어떤 종류의 유흥가는 말할 것도 없고 학원에까지 깡패라는 폭력단의 뿌리가 뻗쳐 학교주변에서 처참한 살상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본다. 심지어는 학생회장선거에도 폭력이요, 운동경기장에서까지 폭력의 바람이 일어난다.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폭력인 것이다. 힘을 가지는 일은 좋다. 그러나 힘을 자랑하는 씨름판에도 규칙이 엄숙하지 않은가!폭력은 절대 배제되어야 한다. 법과 질서를 파괴하고 단순히 공포와 위압을 뜻하는 폭력이더구나 정치의 이름을 빌어 「테러」라고 사회의 이목을 소란케 하는 짓은 더욱 악질의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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