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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풍쇄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국민의 정서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저속·퇴폐한 풍조를 일소하고, 보다 명랑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한다. 문공부에서 마련한 안을 보면 ⓛ각급 공연장 위생시설 및 주변환경정화 ②시내광고의 정리 및시가지환경미화 ③공원·해수욕장 및 기타 유원지환경정화 등을 목적으로 한 이 운동의 추진모체는 내무부·문교부·보사부·문공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각급 위원회를 구성하여이를 강력히 시행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생활환경정화종합계획을 마련하여 저속·퇴폐한 풍조를 추방하겠다고 나선 것은환영하는 바이나 과연 어느 정도의 성의로 이 운동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국민은 의아해하고있다. 방학이면 으레 있었던 학생풍기단속의 연례행사를 이름만 바꾸어 과대선전하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럽다. 오늘날의 저속·퇴폐의 기풍은 정부의 무관심의 소치나 방관의 결과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속·퇴폐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유흥업소를 대량으로 허가해 준 것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요, 윤락행위나 퇴폐행위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거의 속수무책인 것도 정부의 단속기관이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추측도 지나친 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허례허식의추방운동을 벌여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까지 의식간소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누구보다도 정부의 고관대작들이 낭비와 허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볼 때 정부의 이번 생활환경정화계획도 구두선에 그칠 우려가 있다.
정부가 벌이는 생활환경의 정화운동은 외부적인 단속에만 그치지 말고 내면적인 퇴폐·저속동기의 발본색원을 위한 과감한 노력이 경주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서는 퇴폐풍조의 원인부터 규명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 퇴폐분위기를 조성케하는가장 큰 원인은 전쟁과 사회불안이었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당시의 상류층인사들 사이에숭실강상의 기풍이 없어지고 퇴폐와 향락이 판을 친 사회적 결과였었고, 2차대전후의 「프랑스」나 「유럽」의 세기말적 현상이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절망의 결과였던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도 해방직후에는 그래도 실질을 숭상하고 검박하고 조국을 위하여 개인을 희생하는기풍이 있었으나 6·25를 계기로「아프레·게르」풍조가 판을 쳤던 것은 너무나도 절실한 경험이었다고. 그 뒤 사회의 안정을 따라 점차 퇴폐분위기가 가시더니 4·19와 5·16후에 다시 퇴폐분위기가 판을 치게 되었고, 근래에 와서 그 극에 달한 감이 없지 않다. 내일을 위한장기계획이나 투자를 함이 없이, 우선 소비와 향락을 일삼는 것은 장내에의 부안과, 신상필벌, 능력에 따른 출세가 적절히 되지 않는 부조리한 사회기강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만의 안전·쾌락을 위하여 내래의 신용·설계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도 다 사회불안과 부조리 때문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퇴폐분위기의 만연이 사회적 불안감팽배의 결과 임을직시하고 내일에의 희망을 주고 저축·재투자가 가능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우선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두 어깨에 메고 있는 청소년들의 퇴폐, 저속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서는 장내에의 희망을 심어주고 누구나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길러 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사회환경정화와 병행하여 공무원들부터라도 솔선수범하여 사회정화의 앞장을 서야할 것이고, 수신·제가·평천하의 너무나도 자명한 원칙을 궁행실천하여 명랑하고도 희망에 부푼 사회를 형성하는데 과감히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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