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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출입국관리법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재 일본국회에서심의중인 「출입국관리법안」에대해서 재일교포는 좌우익의 구별없이 일치해서 저지투쟁을벌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거류민단과 「조총련」계가 함께 반대투쟁을 벌인다는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이는 이법안의 내용이 그만큼 재일교포의 인권을 유린할 가눙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기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법안을 제안한 이유로서 현행 출입국관리령이 오래전에 제정된 「포츠담」 정령이고 최근의 실정에 맞지않게 되었음을 들고있다. 이때문에 출입국절차를 대폭 간소화함과 동시에 외국인의 재류관리체제를 강화하겠다는것인데, 이법안이 일본의 야당이나 재일외국인으로부더 「반동적입법」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는것은 주로 후자때문이다.
이법안은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때』는 외국인에대해서 지켜야할 활동의 범위,기타의 준수사항을 정할수 있다해놓고, 이를 어기는경우에는 중지명령이 내려지고, 또 이중지명령에 위반하면 강제퇴거를 포함한 엄중한 제재를 가할수 있게시리 해놓았다. 법안에는 이 「준수사항」이 무엇인가 명기돼 있지아니한데 이를 확대해석하면 법무장관이 좋게 생각하지않는 외국인에대해서 광범한 권한을 행사하는 위험성이 생겨난다.
재일외국인의 90%이상을 재일교포가 차지하고있는 일본에서는 외국인문제란 곧 한국인문제나 다름없이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상기 「준수사항」에의한 권한을 일본정부가 남용하기 시작하면 대다수의 재일교포는 언제 박해끝에 강제추방을 당할는지 몰라 심히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될것이 뻔하다. 그도 그런것이 재일교포중 현재 영주권을 갖고있는 자는 극소수에 지나지않고, 나머지 대다수는 그때그때 「재류기간」을 연장하면서 간신히 일본국내에 살고있는데 지나지않기 때문이다.
다음 이법안이 입국관리자의 조사권한을 강화한점에도 큰문제가 있다. 입국심사관이이나 입국경비관은「관계인」에 대해서 질문하거나, 또는 문서나 물건의 제시를 요구할수있게시리 되어있다. 이 「관계인」 의 범위속에는 가족·우인·고용주등이 포함되어있는데, 만약에 「관계인」 이 진술치않고, 또 서류제출을 거부하면 벌을 받도록 되어있는것이다. 이권한 역시 남용하면 재일교포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다분히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령하에서도 사소한 절차상의문제로 말썽을 일으켜 흔히 입건당하기가 일쑤인 재일교포는 이 소위 「행정조사」의 확대강화 앞에서는 전전긍긍 몸둘곳을 몰라 도저히 안거낙업할수 없으리라는것은 벌써부터 명약관화한바있다.
일본정부가 출입국관리법을 만드는 동기나 목적을 무엇이라 설명하든간에, 이법안이 실질적으로는 재일교포를 억압하고, 일본에의 동화를 거부하는 교포를 강제 퇴거시키려는데 그 저의가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난날 일본군국주위의 필요에 따라 강제로 데려다가 혹사한 교포들의 생활권익을 계속 짓밟아온 일본이 이제 합법적인 근거까지 마련해놓고, 교포를 압박하고, 축출하려 든다는것은 인권의 면으로 보아 절대로 용납할수없다. 일본정부의 맹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우리정부가 정치적 외교적 「루트」를 통해서 이 부당한 반동입법책등을 제지하는데 힘써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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