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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의 정글 그 실태 수법을 해부하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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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짜 맥주, 가짜 꿀, 가짜 약품 등 시민 생활의 주변에는 온통 「가짜」투성이다. 요즘은 「가짜」의 차원도 높아져 가짜 박사 소을 가져왔다. 속은 일부 정치인·교수·사회 저명 인사들의 봉변은 그래도 참고 견딜 수 있으나 국민의 광명을 좀먹는 가짜 사범의 사태는 그대로 지나칠 수 없다.
법무부는 가짜사범을 뿌리뽑기 위해 올해의 법부행정 목표를 무인허 사범의 근절의 해로 정하고 지난 정초부터 이들에 대해 철퇴를 내리고 있지만 가짜의 범람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믿고 살수 있는 밝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법무행정의 올해 목표는 대검찰청에 무인허사범 특별단속반(반장 김일두 대검검사)을 두어 지난 4월말까지 모두 1만2천7백44명의 각종 가짜사범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 중 87%에 달하는 1만1천여명을 기소하여 일반사건의 기소율 59%에 비해 가짜 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 기준을 보였다.

<최악… 가짜 식·약품>
검찰이 보사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강력한 단속반을 펴고 있는 것은 무인허 사범 중 ①부정식품 ②부정제약 ③무면허 의사 등 국민의 보건 및 위생을 해하는 범죄로 집약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죄질이 나쁘고 가짜의 사태를 이룬 것이 부정식품과 가짜 약품이다.
가짜 약품을 만들어내는 간상배들은 제약회사에서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어깨 너머로 제약기술을 익혔던 자들이 대부분.

<외제 못 잖은 포장>
모든 가짜가 그렇지만 가짜약품은 질보다 포장에 치중하여 겉모양은 외국제에 지지않을 만큼 훌륭한 치장을 하고 있다.
가짜 약품이 만들어지는 곳은 말뿐인 회사고 사실은 포장시설만 갖춘 「안방공장」이다. 이들은 여직공 2∼3명을 고용하면서 「테트라싸이클린」 등 엉터리 항생제를 만들어 주로 도서지방과 산간 벽지의 우매한 농어촌을 판로로 삼고 있다. 지난3월 적발된 가짜 항생제 밀조단은 전남 광주에 지하 비밀 공장을 차려놓고 밀가루와 젯물·마약 등을 섞어 D제약회사의 광고를 위조 「테트라싸이클린」10여만 값을 만들어 치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월에 붙잡힌 김상철 일당은 중간 상인을 통해 「캡슐」만을 구입, 밀가루에 노란색 물감을 들여 팔아왔다.
이들의 범죄가 근절되지 않은 것은 일류제약회사의 외무 판매원과 일부 약국들이 「눈 앞의 폭리」에만 급급하여 가짜 약품을 고발하기는커녕 엉터리 약품을 싸게 구입하여 일류 제약회사의 제품인 것처럼 진열장에 놓기 때문이라고.
밀가루와 녹말·석회·우유로 만들어진 가짜 회충약이 A제약회사 상표인 「산토비가」로 둔갑하여 전국 국민학교에 공급된 일이 있다. 중간 소매상 10여명응ㄹ 통해 1갑에 45원씩 팔린 이 가짜 「산토비」는 두통·설사를 가져와 큰 혼란을 빚어냈었다.
이 가짜 회충약은 밀가루·석회 등에 약간의 「산토닝」을 넣었기 때문에 배합이 잘 안되어 「산토닝」함량이 전혀 없는 밀가루 반죽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산토닝」함량이 너무 많아 이를 복용하면 난청이 되거나 생명까지 위험하다는 사실이 관계기관의 성분감정에서 밝혀졌었다.

<화장품서 큰 재미>
가짜는 화장품에서도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국내 일류 화장품의 상표를 붙이거나 외제 화강품 「케이스」를 구입, 남대문 시장에서 광주리 장수를 통해 팔려지고 있다.
지난 3월에 적발된 대규모 화장품 밀조단 지관영 등 일당 9명은 「미스·제리아」라는 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가짜 국산화장품과 외제 화장품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동화 화학공업이란 상호로 화장품을 만들다가 허가가 취소 당하자 「미스·제리아」라는 상표를 붙여 「스킨·로션」 「크림」 「헤어·토닉」 등 15종의 엉터리 화장품을 제조, 비밀판매조직인 점남 도매상과 자전거 행상을 통해 각 이발소·미장원·목욕탕에 팔아왔다.
시내 엿장수와 고물상을 통해 「로션」 「크림」병과 「콤펙트」껍질을 1개에 2∼5원에 사들여 「로션」1 명에 10∼30원의 헐값에 팔았다.

<꼬마 푼돈 노리고>
부정식품은 종류도 많고 관계 법규 단속기관의 이원화 등으로 단속에 가장 골치를 앓게됩니다. 돼지기름으로 식유를 만들어 팔거나 「버터」와 설탕·밀가루를 섞어 가짜 외국산 분유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이 꼬마들의 푼돈을 갈취하는 「비닐·주스」. 「비닐·주스」는 맹물에 공업용 색소와 「사카린」을 섞어 만든다.
「비닐·주스」는 인체에 해로운 색소와 대장균이 들어있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적.
이 유해색소는 암을 유발한다는 감정결과도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문제다.
한때 양주에 가짜가 많다는 말이 나돌아 애주가들이 양주를 멀리하자 이번에는 가짜 맥 주사태가 벌어져 연탄장수까지 가짜맥주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가짜사범에게는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검토되고 있으나 먼 법보다 가까운 가짜를 고발하고 사지 않는 시민의 고발정신과 당국의 보다 철저한 단속책이 선결문제인 것 같다. <심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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