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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획의 첫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기획원장관은 12일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그의 소신 일부를 밝혔다.
그는 ①금리를 계속 인하하고 ②환율을 「터부」시하지 않을 것이며 ③76년의 상품수출목표를 25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늘리고 ④물가안정을 위해 「가이드·포스트」정책을 도입할 것이며 ⑥외자도입을 적극화시키되 현금차관은 안정계획의 테두리 안에서 집행하고 ⑥소비를 억제하여 저축을 증대하는 등을 주요정책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기획이 제시한 이러한 3대 원칙·5대 시책은 대체로 수출촉진으로 국제수지를 개선하면서 안정성장을 이룩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여기서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식화한 방향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조화된 정책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김기획의 회견내용만으로는 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인지 여전히 확실치 않다는 것이 중평인 듯하다.
첫째, 투자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자도입을 적극화하되 투자 우선 순위를 엄격히 지키겠다는 생각은 곧 고율 외자도입에 의한 고도성장정책을 후퇴시킬 뜻이 없음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까지의 정책기조와 조금도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순위만 지키면 외자가 파생시기는 일련의 모순을 회피할 수 있다는 사고라 하겠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투자 우선 순위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차관업체는 경제적으로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의 역조, 통화금융정세의 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환율의 현실화를 암시하는 김기획이 「가이드·포스트」정책을 운운하는 것도 비논리적이라는 평을 면치 못할 것 갈다. 「가이드·포스트」정책의 본질이 임금인상으로 주도되는 「코스트·인플레」를 막자는데 있는 것이라면, 물가상승의 주원인이 임금에 있을 때에나 「가이드·모스트」정책을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인플레」는 고율 외자도입에 의한 고율 투자에 주도되는 초과 수요「인플레」인 것이며, 그 위에 환율의 현실화가 추가된다면 「가이드·포스트」 정책이 성립될 여지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투자수준의 유지를 위해 외자도입이 적극화시키면서 「가이드·포스트」정책을 도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셋째. 환율의 현실화 없이 수출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며, 때문에 수출만을 생각한다면 환율현실화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수입의존도가 30%수준에 있고, 대외지불보준액이 4천억원 수준에 있는 현실에서 환율현실화가 미치는 물가상승요인은 엄청난 것이며 통화금융정세에 미치는 충격도 큰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현실화로 수출30억 「달러」를 달성하려 할 때, 다른 정책은 당연히 환율「쇼크」를 상살시킬 만큼 「디플레」적이어야 할 것도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자도입을 적극화시키고 투자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환율-물가-고도성장사이의 부조화를 외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외자도입을 적극화시킨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국제수지 경상적자폭의 축소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다. 다라서 수출목표를 5억 「달러」증액한다는 것은 무역 규모의 확대는 될지언정, 국제수지 경상적자폭의 축소를 뜻하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김기획의 첫 회견내용은 원칙적으로 타당한 듯 하면서도 기실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누광된 불안요소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체계화한 정책의 제시를 다시 한번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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